경제·금융

벤처 사활건 구조조정 급물살

현금확보 주력…인원줄이고 긴축경영에다 지분매각까지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이 최근 국내외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코스닥 침체를 맞이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요즘들어 이루어지는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감량경영이나 체질개선 정도가 아닌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벤처기업의 체감온도를 읽을 수 있다. 벤처에 불고 있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이익창출'과 '현금확보''가 초점. 한 업체 사장은 "수익성 없는 사업은 매출이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정리대상이며 이를 통해 현금을 최대한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스닥등록 및 장외 벤처기업들은 인원정리, 사업부 분사 등을 통한 감량경영 체제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도, 관계사와 자회사에 대한 보유지분을 대거 정리해 현금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한 벤처기업들이 하반기에도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당분간 감량경영과 현금확보 차원의 구조조정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원은 줄이고 사업부는 분리 코스닥시장의 대표적인 보안업체인 한국정보공학은 온라인 정보서비스부문과 PC보안 위주의 클라이언트 사업부문을 분사해 별도법인으로 만들기로 했다. 한국정보공학 유용석 사사장은 "핵심역량을 강화해 사업을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되었으며 2개의 별도법인은 각각 다른 대표이사가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통신통합 업체인 삼보정보통신은 매출부진이 이어지면서 임직원 30%를 감원한 상태이며 이전 120명이었던 임직원이 80명으로 대거 줄어 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기존 비수익성 사업모델에 대한 정비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하반기에는 기업체질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 업체인 3R은 지난해 집중적인 투자를 해 왔던 통신장비사업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1년간 매출실적을 기록하지 못했던 계열사를 대거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임직원 160여명중 50명을 감원했다. 회사측은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초래한 면이 있으며 매출이 없는 비수익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주력사업인 DVR사업에 집중해 군살제거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은 최소로 줄여라 연구개발비나 인건비, 자재비 등 비용부담을 대폭 줄이면서 긴축경영에 나서는 기업들도 많다. 오피콤은 연구소장을 영입하는 등 연구개발인력을 새로 뽑기로 했다가 이를 백지화하고 대신 기존 연구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인건비와 장비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 부담을 덜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투자한 금액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PCB업체인 코리아써키트는 잔업을 최대한 억제해 임금부담을 줄이기로 했으며 외주가공비와 소모성자재 비용도 절감하기로 했다. 코스모텍은 올해 임금수준을 동결하기로 했고 전해콘덴서 업체인 삼영전자는 구매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매선을 다양화하는 등 제반 경비를 20% 이상 줄여나갈 방침이다. ◇지분매각으로 현금확보 KEP전자는 최근 보유중인 153억원의 유가증권과 비료회사인 조비의 지분 30억원 가량을 대거 정리하는 등 모두 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주력사업인 스피커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 생산라인을 늘리는 한편 경남 함안에 임대공장을 마련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의료벤처기업인 메디슨은 현금확보 차원에서 오스트리아 자회사인 크레츠테크닉 지분 전량을 GE에 매각해 1,1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메디슨은 지난해부터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400%에서 200%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서두를 수 있게 되었다. 메디슨은 오는 11월쯤 바이오벤처 투자사업부를 분사시켜 메디슨에코넷이란 별도법인으로 만들어 의료기기 생산과 투자사업을 분리하기로 했다. M&A 중개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공개한 대형 인터넷 회사가 보유중인 자회사와 관계사의 지분을 팔아달라는 건의를 해오는 등 벤처기업들의 지분매각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 99년 주식시장 활황으로 무리하게 타법인에 지분을 출자하고 신규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이 이를 모두 정리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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