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낙관론 고집하다 때늦은 처방 "약효 반감 '중병치유' 역부족" 뉴욕=권구찬 특파원 chans@sed.co.kr 미국 경제가 연초부터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커지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서둘러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일시이고 효과적인 성장촉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재정투입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1,000억~1,500억달러의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놓고 의회와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책에는 부부합산 소득 연간 11만달러(독신 8만5,000달러) 이하 중ㆍ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개인당 800달러, 가구당 1,600달러의 세금을 환급해주고 기업에는 신규 구입 장비에 대해 구입가격의 50%를 세액 공제해주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실업자와 저소득층 지원과 공공 프로젝트를 통한 일자리 확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28일 연두교서를 통해 의회와 조율을 마친 경기부양대책을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기방어대책은 재정ㆍ세제ㆍ통화 등 경기조절 3박자를 총동원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핵심은 돈을 풀어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 침체를 방지하는 데 있다. 이미 낸 소득세의 일부를 수표로 돌려줘 가계의 씀씀이를 늘려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이번 세금환급은 가구당 300달러를 환급해준 지난 2001년의 경기대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중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는 금리인하도 가계의 빚 부담을 줄이고 소비여력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낙관론을 고집하다 경기방어대책이 한 박자 늦어 효과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이미 중병에 걸린 환자를 치유하기에는 처방전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인 1,000억~1,500억달러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침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재정투입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경기부양책의 시기도 너무 늦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지 경기침체의 고통을 조금 줄여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금환급 등 단기부양대책이 효과보다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가중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 경제침체는 주택가격 하락에서 촉발돼 진원지는 같지만 파급경로가 실물경제(소비침체)와 금융시장(신용경색) 등 두 갈래로 동시에 진행되고 국제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치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발 금융경색은 좀 더 오래가고 부실의 근원인 주택가격 회복 없이는 금융시장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감세정책은 효과가 곧바로 발생하지 않고 최소 6개월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에 사실상 침체국면에 빠진 미 경제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의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 효과는 올해 말이나 돼야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력시간 : 2008/01/18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