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3일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출경을 금지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개성공단의 운명도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북측의 강경대응으로 존폐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북, 왜 개성공단 폐쇄 위협하나=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한 것은 북한이 꺼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카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은 2월 3차 핵실험 이후 '정전협정 파기' '전시 상황' '핵 선제 타격' 등을 잇따라 언급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말'을 앞에 내세웠을 뿐 지금과 같이 '행동'을 통한 위협은 처음이어서 우리 정부도 적잖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계속해서 우리와 미국을 도발하고 있지만 양측 정부가 별다른 대응이 없자 '자승자박' 격의 무리한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의 이번 조치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2009년 출입 통제와는 비교가 안 될 만한 조치를 추가로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또 "다만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보다는 일시적 폐쇄를 통해 대화창구를 열어둘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우리 측이 북한에 어떠한 메시지를 보내느냐가 북한의 태도변화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미연합 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끝나는 이달 말이 개성공단 운명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연간 9,000만달러 이상의 외화수입을 거둘 수 있는 개성공단을 놓을 수 없다는 세간의 분석 또한 북측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재 개성공업지구의 운명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라며 "그런데 지금 괴뢰패당과 어용언론은 개성공업지구 출입이 간신히 이루어지는 데 대해 '북한이 외화수입 원천이기 때문에 여기에 손을 대지 못한다'느니 하는 헛나발을 불어대며 우리의 존엄까지 모독하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전략폭격기인 'B-52'와 핵잠수함 '샤이엔'과 같은 미국 측 전략무기가 잇따라 한반도에 모습을 보인 것 또한 북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0일 B-52 출격과 관련해 군사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우리를 위협했다.
◇신뢰 프로세스 물 건너가나=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개성공단 출경이 사실상 중단된 것과 관련해 현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개성공단 출입 통제와 관련해 군사조치 방안을 밝히는 등 '강(强) 대 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또한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을 국제화시켜 남북 간 소통창구로 만들려던 통일부는 난감해 하는 눈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며 개성공단을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류 장관은 이날 예정된 성김 주한 미국대사와의 일정을 취소하는 등 대책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또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상대방의 변화 동향을 봐가면서 다음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유동적 상황관리를 하겠다"고 밝히며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다만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조 자체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박사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도발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신뢰를 추구하자는 것"이라며 "신뢰 프로세스 자체가 이런 것들까지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환경은 나빠졌지만 정책 자체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