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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ㆍ드림웍스에 이어 미국 할리우드 3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불리는 '블루스카이'에는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열명 남짓 근무한다. 미국 애니메이션 학교 학급의 절반을 한국인 유학생이 차지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에 근무하는 이들은 이처럼 손에 꼽을 정도다.
2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터로 살아남은 이상준(42ㆍ사진 오른쪽) 캐릭터 디자이너와 성지연(36) 조명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에픽: 숲속의 전설'을 들고 고국을 찾았다.
이 디자이너는 작품 '에픽'에 대해 "그동안 블루스카이에서 보여줬던 판타지 같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실사와 같은 화면을 만들기 위해 직접 숲을 찾아가서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실사를 위해 숲을 찾아가는 노력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에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성 감독는 제작기간을 언급하면서 "할리우드에서는 여러 작품을 장기적 계획을 갖고 만드는데 한국에서는 작품 하나 하고 끝내고 하나 하고 끝내는 것 같아 아쉽다"며 "예산의 문제로 소규모로 작품을 만들더라도 시장은 국내보다는 해외를 노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인력들이 매우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아냐고 물었다. 성 감독은 "미국에서는 9~10시간만 일할 수 있고 초과 때는 페이(수당)가 지급된다"고 말했다. 이 디자이너도 "근무시간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계속 회사에 있는다고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은 블루스카이가 원하는 인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디자이너는 "시니어급이 돼서 사람들을 뽑아 보니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뽑게 되더라"며 "대학을 졸업하고 3년 이 지난 구직자와 갓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전자의 것이 더 훌륭하지만 가능성을 보고 후자를 뽑는다"고 귀띔했다. 성 감독은 "인턴으로 일하던 광고회사에서 영어도 못하던 나를 뽑았다"며 "블루스카이에서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보는 눈'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