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역 주변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주변의 노후 단독과 다세대(빌라)의 가격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역세권 개발 방침에 투기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역세권 주변 노후주택촌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역세권을 고밀도로 재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주민들 사이에 기대감이 퍼지면서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해 계속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2ㆍ5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 주변의 행당8구역(가칭)은 재개발동의서 접수 단계에 불과한데도 30㎡ 안팎의 지분 호가가 3.3㎡당 2,800만~3,2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1~2년 전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주변지역인 도선동 상업지역과 준주거지 내의 2종주거지역의 주택들도 재개발 기대감으로 3.3㎡당 3,000만원가량을 호가하고 있다.
특히 역에서 가까운 18㎡ 안팎 초소형 지분은 3.3㎡당 3,500만원까지 호가가 뛴 상태이며, 100㎡이상의 중대형 지분가격도 3.3㎡당 1,700만~1900만원선에 달한다. 한 주민은 “민자역사, 왕십리뉴타운 등 재개발 가속화, 분당선 연장 등 호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와 국토부가 역세권 개발을 추진한다고 해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 O공인 K대표는 “올해초 역 주변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한 시행사가 나서 주민들을 들쑤시고 다녀 매물이 들어갔다”며 “업자가 최근 사업을 포기했지만 올라간 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역세권 주변 가격이 이상 급등하면서 대흥역이나 이수역 등의 인근 재건축 사업들은 오히려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6호선 대흥역 3번 출구 일대 주택가는 재건축이 추진되다가 시와 정부의 역세권 개발방침 이후 보류됐다. 인근의 D공인 P대표는 “일부 투기세력들이 호가를 높여 놓았고, 주민들도 좀더 기다려보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흥역 인근 주택가 지분 18㎡선의 초소형 빌라는 3.3㎡당 3,500만대, 심지어 일부는 4,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되며 지난해보다 갑절 이상 뛰었다. 이는 길 건너편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현뉴타운 내 초소형 지분과 비슷한 가격대다.
4ㆍ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총신대입구역) 11~12번 출구와 가까운 상가블록에서도 2년 전부터 재건축이 추진되다가 최근 보상가 인상을 요구하는 상가주인들과 시행사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시행사측의 한 관계자는 “역세권 개발 기대감으로 인해 일부 상가주인들이 3.3㎡지분당 7,000만원선에 얘기되던 보상가를 50%나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진수 천지인컨설팅 대표는 “MB의 도심 재개발 추진으로 뉴타운이나 재개발구역은 물론 아직 개발안이 확정되지 않은 곳까지 무차별적으로 올랐다”며 “모든 역세권이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개발된다고 해도 늘어나는 용적률의 60%가 개발이익으로 환수돼 역세권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