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요 문화산책] 돈 권하는 사회

개인적으로 일의 진척이 더디게 진행될 때, 혹은 머리 속이 복잡할 때면 서점에 들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타 분야 사람들의 관심사와 동시대 인들의 고민과 화두를 눈요기 하다 보면 어느새 문제의 답을 다른 이의 고민 속에서 혹은 그 화두 속에서 찾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지식의 아이쇼핑으로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다양한 분야의 신간들을 주욱 둘러 보다 보니, 예전보다는 부쩍 눈에 띄는 책 제목들이 있었다. 특별히 경제나 경영에 대한 분류 쪽이 아닌데도 소위 말하는 재테크와 관련된 경제 읽기나 돈의 흐름에 대한 책들이 아주 많았다. 각종 `부자 되는 법`이라는 화제의 신간 앞은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부자 되는 법이라… 호기심이 발동해 잠깐 들여다본 책들의 서문들은 비슷한 내용들이 많았다. 요는 아무 생각 없이 살지 마라, 누군가 당신의 시간과 돈을 훔치고 있다. 만일 당신이 그것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등. 베스트셀러니, 스테디셀러니 하는 책들 중에 적지 않은 숫자가 이런 종류의 책이다 보니, 마치 요즘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되기 위해 살고 있는 듯했다. 가치 있는 삶이란 자신을 부자로 만드는 길밖에 없는 듯한 책의 서문들처럼. 갑자기 돈이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초조함과 무기력감이 몰려 오면서, 얼마 전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뉴스가 하나 생각났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기에 목숨을 버린 다는 한 대학강사의 죽음. 사실 그 대학강사가 느낀 좌절은 주변과 이웃들의 생활 그리고 각종 매스미디어의 과장된 풍요속에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이 아니었을까. 선생님들이 자기를 포기하는 세상,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사라져 가고, 생활의 조건에 삶의 가치들을 끼워 맞춰 살아가는 이기적인 소시민들만이 재생산되는 사회, 그런 현실 속에서 너와 내가 공존하는 나눔의 철학, 그러한 삶의 가치에 대한 논의란 얼마나 초라하고 우스운 이야기가 될 것인가. 돈 권하는 사회, 돈이 전부여서 나쁠 게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 이런 사고와 가치관이 이미 비판적인 문화적 영역에 까지 획일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자신에 대한 가치발견 없이, 또한 고민과 방황의 시간들을 긍정적으로 격려해주고 기다려주는 어른이나 이웃 없이 돈 권하는 사회의 난폭한 물결 속에 삶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김옥랑(동숭아트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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