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베네통 지고 루이비통 뜨는 이유

소비패턴 양극화… 브랜드 전략 차이가 명품 패션업체 운명 갈랐다<br>●베네통, 초저가 제품에 밀려 실적악화… 중저가 고집이 상장폐지 불러<br>●루이비통, 고가 제품 공략·중국 특수에 작년영업익 22%↑ 사상최대

최근 전세계적인 경기둔화의 여파로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 패턴도 '고가 명품' 아니면 '초저가 실속상품'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이에 맞춰 브랜드 전략을 세운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상장폐지를 결정한 중저가 패션의류 브랜드인 이탈리아의 '베네통'과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대표적인 사례다. 브랜드 전략이 두 유럽 패션업체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LVMH, 고가 명품 앞세워 최대 실적=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LVMH는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236억6,000만유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22% 늘어나 5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회사는 전세계 여성들의 로망인 핸드백 루이비통을 비롯해 고급 샴페인 돔 페리뇽 등 60여개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경기둔화로 명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LVMH는 이런 시기일수록 고액 자산가들은 럭셔리 제품 구입을 늘리며 차별화된 소비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를 인수하며 덩치도 키웠다.

명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적극 공략한 전략도 주효했다. 지난해 여름 중국 톈안먼광장 국가박물관에서 명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루이비통 전시회를 개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덕분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매출 비중은 지난 2009년 23%에서 지난해 27%로 확대되며 LVMH의 최대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초 중국 재계정보 제공기관 후룬(胡潤)의 '2012년 중국 천만장자 브랜드 경향 보고'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물용 브랜드로 루이비통을 꼽았을 정도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의 실적은 2010년과 마찬가지로 훌륭했으며 2012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또 "(유럽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운좋게 제품 대부분을 수출할 수 있었다"면서 "고품질 제품에 있어 LVMH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제품이 밀린 베네통, 상장폐지 굴욕=반면 컬러풀한 스웨터와 금기를 깬 파격적인 광고로 유명세를 탔던 베네통은 실적악화 및 주가 하락에 시달리다 1일 이사회를 열고 결국 상장폐지라는 수모를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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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통 주식 67%를 보유한 가족 소유 지주회사 에디치오네홀딩스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33%를 주당 4.6유로에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총 매입금액은 2억7,660만유로에 달한다. 이로써 25년에 걸친 베네통 상장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됐다.

에디치오네홀딩스는 "상장폐지를 통해 베네통의 경영이 중장기적인 유연성을 확보하고 달라진 경쟁환경에서 비롯된 도전들에 맞서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통의 몰락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젊은 세대들은 저렴한 가격에 패스트푸드처럼 빠른 패션을 선보이는 패스트패션에 열광했지만 베네통은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중저가 브랜드를 고집했다.

이에 따라 1965년 설립 이후 전세계 120개국에서 중저가 의류시장을 지배해왔던 베네통은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자라ㆍH&M 등 패스트패션업체들에 자리를 빼앗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H&M과 자라의 매출액이 각각 4배, 6배 이상 증가한 반면 베네통은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 역시 2000년 42억유로에서 현재 7억유로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베네통 매출의 48%를 차지하는 이탈리아 경제가 부채 위기로 부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베네통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1% 급감한 7,000만유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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