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10대 소녀들의 유쾌한 신경전
학교를 전학해 본 사람은 안다. 낯선 교실, 낯선 친구들과 처음 만나는 순간의 두려움을. 겉으로는 반겨주면서도 그 뒤에 숨겨진 경계심. 아무것도 모르는 전학생과 어울려 줄 친구를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남은 건 교실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순위를 찾는 일이다.
3일 개봉하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미국의 한 평범한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신경전을 유쾌하게 그려낸 전형적인 하이틴 코미디. ‘동물의 왕국’을 연상시킬 정도로 신경전은 살벌하기 그지 없지만 영화는 그들의 소소한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추며 경쾌한 톤으로 풀어나간다.
16살 소녀 케이디는 동물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줄곧 살아온 터라 정규 학교교육은 받아 본 적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마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케이디는 고등학교에 편입돼 난생 처음으로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미 철옹성보다도 굳게 끼리끼리 패거리를 지어 어울리는 그들 누구도 케이디를 반겨주지 않는다. 다행히도 ‘자뻑파 짱’인 레지나가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만 이내 케이디를 골탕먹이고자 그녀가 짝사랑하는 남학생을 꼬셔 버린다. 어느덧 학교에 적응한 케이디. 이젠 그녀가 레지나에게 복수할 차례다.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처음 10분만 보면 결말을 짐작할 수 있다. 좋게 보면 매끄러운 전개, 나쁘게 말하면 뻔한 스토리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생태분석론’라 불러도 될 만큼 영화는 일상 속 여학생들의 심리를 재밌게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하는 각종 질투와 시샘, 복수극은 그들에겐 심각하기 이를 데 없지만 어른들에겐 그저 귀엽고 발랄할 뿐이다. 학창시절을 거친 여자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남자들의 눈으로 보면 여전히 그들은 ‘금성에서 온’ 신비한 생물체다.
이상훈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09-02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