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에 유럽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생산ㆍ판매ㆍ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짜라."
6일 제네바모터쇼 참가를 위해 출국한 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유럽시장에서의 대대적 역공을 위해 현지에서 임원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특명을 내린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스위스 제네바의 팔렉스포에서 개막한 '2012 제네바 국제 모터쇼'를 참관하며 올해 유럽 시장 대응 세부 전략, 즉 '제네바 구상'을 완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럽 지역의 현대ㆍ기아차 임원들을 소집해 특별회의를 주재하고 생산ㆍ판매ㆍ마케팅 등 부문별 실행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릴 방침이다.
정 회장의 '제네바 특명'은 심각한 소비위축으로 자동차 수요도 크게 떨어진 유럽 시장에서 오히려 공격 경영을 펼쳐 위상을 끌어올리라는 주문일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10만대에서 4.4% 축소된 1,43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 회장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로 보고 있다. 시장 침체에 따라 기존 유럽 시장의 터줏대감들 사이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게 틀림없고 이때 유럽 전략형 차들을 공격적으로 마케팅해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가치를 확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 회장의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밝은 자동차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 회장은 이미 지난해 유럽에서는 공격 경영을 펼치고 미국에서는 내실을 다지는 차별적 해외 전략을 세웠다"면서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 세부 액션플랜 구상을 마무리하고 현지 경영진에 지침을 내린 뒤 돌아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의 방침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15.4% 증가한 46만5,000대를 올해 유럽 판매 목표로 세웠다. 기아차는 지난해보다 22.8% 늘어난 35만6,000대를 올해 유럽 목표로 설정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판매목표는 20.5% 증가한 27만2,000대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일본 미쓰비시가 유럽 생산을 포기하고 미국 GM과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이 지분 제휴를 하는 등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유럽에서의 위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