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 조각상은 눈은 헝겊으로 가리고 왼손에는 칼을, 오른손에는 저울을 들고 서 있는 형태다. 필자가 저울이라고 표현했지만 저울보다는 양쪽에 각각 물건과 추를 놓아 무게를 재는 천평칭이 맞을 것이다.
유스티티아 조각상 뒷면에는 ‘설령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정의가 구현되게 하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고대 로마의 정치가 시저의 장인 루키우스 피소가 한 말을 새겨놓은 것이라 한다. 눈을 가린 것은 상대방의 외모나 지위ㆍ재산에 관계없이 불편부당한 태도를 굳건히 지킨다는 뜻이다.
한 손의 저울은 잘잘못을 재는 도구로 법을 의미하거나 법 집행은 형량에 맞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칼은 저울이 잰 법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집행한다는 의미다. 혹자는 이 칼을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의 권력, 모든 이가 법을 따르게 하는 힘을 나타낸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에도 ‘정의의 여신’ 조각상이 있다. 이 여신상은 유스티티아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 여인의 모습으로 조각돼 한국적인 정의의 여신상으로 형상화돼 있다. 이 여신상은 서 있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다. 왼손에는 칼 대신 법전을, 오른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두 정의의 여신상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서양의 유스티티아가 전체적으로 보다 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 대법원의 여신상은 보다 정적인 형상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 조각상의 포인트는 눈을 헝겊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사람인 이상 눈을 뜨고 세상과 사물을 보게 되면 자기 생각과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눈을 가려 사사로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듯 보인다. 그 뜻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헝겊으로 눈을 가린 이 조각상에 마음이 끌려 언제부터인가 그 사진을 책상머리 가까이 두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