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역은 점책 아닌 인생의 경전"

주역, 마음속에 머무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 심의용 지음, 살림 펴냄


가식과 허위에 물들지 않고 오직 순정으로 사랑을 지키려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 이들의 운명을 주역으로 풀어보면 어떤 괘(卦)가 나올까. 저자는 ‘꾸밈’을 의미하는 ‘비(費)괘’로 풀어냈다. 비괘는 ‘꾸미지 않으면 뜻한 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로 꾸밈의 매개는 문화이며, 문화는 한 사회를 이루는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순수한 사랑에도 마음만이 아니라 꾸밈이 필요다는 풀이다. 저자는 두 사람이 사회의 형식과 문화를 알았다면 해피엔딩의 사랑을 이루지 않았을까 반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점(占)이라고 생각하는 주역의 개념과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주역은 원래 제사와 미래를 예측했던 일을 맡았던 무당과 사관이 점치는 일 또는 역사자료와 생활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담은 기록이다. 철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주역을 점서(占書)가 아닌 인생의 지혜가 담긴 경전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역학의 역사를 설명하며 주역이 ‘우주 운행의 변화’에 관한 점서이면서, 동시에 ‘인간과 역사의 변화’에 관한 경전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주역의 기본 구성인 64괘 중 20괘를 골라 그 의미와 원리를 설명한다. 여기에 로미오와 줄리엣, 세익스피어, 백이, 한신 등 소설과 역사 속 인물을 사례로 제시해 읽는 맛을 더했다. 책은 단순히 괘의 뜻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실ㆍ신뢰ㆍ배려ㆍ사랑ㆍ연대ㆍ겸손 등 인간사에 필요한 덕목을 주역으로 풀어 이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렸다. 64괘가 말하는 지혜의 핵심은 기운의 흐름을 알아채고 그 흐름을 파악해 치우침 없이 행동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동양 철학의 과학적 근거와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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