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통상대국 로드맵

올해 우리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출이 선전한 것은 큰 위안이다. 몇 년째 내수가 얼어붙다시피 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4% 정도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수출 덕분이다. 더구나 올해는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수출이 호조를 보여 ‘무역규모 50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뜻 깊은 해이다. 지난 67년 10억달러였던 무역규모는 74년 100억달러, 88년 1000억달러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2000년 3000억달러, 올해 5400억달러로 늘어났다. 파죽지세라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해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38개국의 총 무역규모보다 많고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무역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수출 의존 경제구조' 우려감 그 결과 우리나라는 올해 홍콩을 제치고 11위 무역대국에 올라서고 머지않아 1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추진한 지 40여년 만에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무역대국으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7년 뒤인 오는 2012년쯤이면 무역규모가 현재의 2배인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내다본다. 2004년 기준으로 무역규모가 1조달러가 넘는 국가로는 미국ㆍ독일ㆍ중국ㆍ일본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국가들을 감안하더라도 무역규모로 G-10진입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기가 어색해졌지만 불과 40여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이 무역규모 1조달러를 바라보는 통상대국으로 부상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작은 국가가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역 없이는 더 이상 굴러갈 수 없는 경제구조가 됐다는 것도 그런 걱정가운데 하나다. 수출규모가 커지면서 과도한 무역의존도에 따른 우려도 함께 커졌지만 수출을 늘리는 것 외에 경제규모를 키우고 소득수준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라이제이션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개방폭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반도체ㆍ자동차ㆍ철강ㆍ유화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력산업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자본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잘 안되거나 우리 경제의 장래가 불투명해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는 경우 우리 경제는 당장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파국을 피하고 선진경제에 진입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능동적으로 통상국가가 되는 것이다. 통상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열린 마음과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개방과 경쟁을 피할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경쟁력을 키우고 기회를 잡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수출은 좋은 것이고 수입은 나쁜 것이라는 식의 중상주의적 좁은 시각도 통상국가의 걸림돌이다. 우리와 다른 이질적인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존하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서비스 부문 경쟁력 키워야 두번째로 강조할 것은 제조업만으로는 일류 통상국가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성가를 날리는 상품도 있고 기업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으로 가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금융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ㆍ법률ㆍ물류 등 서비스 쪽에서는 경쟁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고 있는 제조업과 비교하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처럼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 부문이 낙후된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규제가 많고 경쟁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서비스 부문의 규제를 없애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통상대국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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