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정위, 밀실재판 논란 벗으려면

"담합과 관련된 매출액이 얼마인데 과징금이 이렇게 나온 겁니까? 과징금을 깎아 준 근거가 무엇인가요?"(기자들) "관련 법에 따라 결정됐습니다."(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도대체 어떻게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하는 것인지 심판정 볼 수 있습니까?"(기자들) "자리가 좁아서 안됩니다."(공정위) 기업의 담합이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나오면 담당 공무원과 출입기자들 사이에 매번 반복되는 실랑이다. 공정거래법상 심리는 원칙적으로 공개돼 있지만 공정위는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이유는 심판정 좌석이 협소하고 공방 중에 기업의 영업기밀이 누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LPG, 소주 가격 담합과 같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도 기자들은 최종 결정된 이후 보도자료상 간략한 조사 경위와 결정 내용만 받아 볼 수 있었다. 제재 수위는 어떤 근거로 어떻게 결정됐는지, 감경의 이유는 무엇인지는 생략된 채. 결국 조사받은 기업과 기업측 변호사, 조사한 공무원, 그리고 재판관 역할을 하는 공정위원회 위원들만 참가한 자리에서 담합과 같은 중대한 경제적 범죄행위의 처벌이 결정돼왔다. 최종 과징금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때는 '밀실 재판'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얼마 전 참관인의 자문 변호사가 전원회의 심판정에서 강제 퇴실 조치를 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해당 변호사는 법상 공개가 원칙임에도 공정위가 비공개를 원칙으로 진행한다는 점, 영업상 기밀이라는 단서가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밀실재판'을 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사전방청허가방식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물론 기업의 영업 행태나 원가 기밀 등이 오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적절한 수준에서 비공개로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예외적으로 비공개하는 큰 틀의 원칙은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공정위가 만약 '변호사 강제퇴정' 사건을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 쫓겨난 변호사의 자존심 문제로 몰고 가려한다면 이는 공정위의 좁은 심판정만큼이나 속 좁은 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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