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는 구조조정에 '벌벌'

패스트트랙 이달 종료<br>금융권선 벌써 돈줄 죄


수도권에 위치한 부품업체 B사의 K사장은 6월로 접어들면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키코 손실로 궁지에 몰렸던 회사 경영에 숨통을 틔워준 패스트트랙(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거래은행에서는 벌써부터 신규대출은커녕 20억원의 지원금을 빨리 상환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어 회사를 꾸려갈 일에 걱정이 태산이다. 중소기업들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휘몰아칠 '잔인한 하반기'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패스트트랙 및 보증 만기연장 조치가 이달 말로 종료되고 경기침체를 이유로 유예됐던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하반기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그동안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던 영세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이 됐다. 오는 11월 말까지 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게 될 중소기업은 어림잡아 5만곳으로 각 은행마다 구체적인 기준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일선 산업현장에서는 지난달부터 금융권에서 자금줄을 바짝 조여오고 있는데다 신용평가도 한층 깐깐해졌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패스트트랙 만기연장 종결을 맞아 이른바 '문제 기업'에 대한 여신의 조기 회수에 돌입한 상태다. 과거 연체기록이 있거나 매출 하락 등으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중소업체 가운데 일부는 고율의 사채자금에 의존해 간신히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견 건설업계의 퇴출 공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경영지표가 좋지 않은 중견 건설사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을 사실상 중단하고 워크아웃 업체를 솎아내기 위한 신용평가에 착수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과 연관을 맺고 있는 하도급 업체도 연쇄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설업체당 하도급 업체는 100개에서 200개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는 구조조정에 착수해 정리를 해야 제대로 된 기업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지원을 했는데도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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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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