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벤처캐피털(VC)들은 적은 금액을 보다 많은 기업에 투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캐피털들은 총 348건(중복 투자유치기업 포함)에 걸쳐 5,386억원을 신규투자했다. 투자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6,894억원에 비해 1,508억원이나 줄어 들었지만 투자집행 건수는 332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3년 미만 초기기업 투자동향에서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초기투자는 152건, 금액은 1,489억원이 집행돼 건당 평균 투자액은 9억7.96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건당 평균 투자액은 17억3,833만원이다.
3년이상 7년미만 기업 역시 올 상반기 건당 평균 16억435만원이 투자돼 전년동기 21억2,529만원에 비해 24.5%가 감소했다. 반면 총 투자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87개에서 92개로 5.7%가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벤처캐피털들이 초기기업 중에서도 아직 성장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1년 미만 창업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초기단계에 있을 수록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높지 않아 벤처캐피털들이 같은 지분율을 확보하더라도 투자는 소규모로 이뤄지게 된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투자 건 수에서 3년 미만 초기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6.1%, 1년 미만 창업기업 비중은 17.5%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3년 미만 초기기업의 비중이 43.7%, 1년 미만 창업기업 비중은 20.1%로 나타나 전년동기 대비 각각 7.6%포인트, 2.6%포인트 늘어났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벤처캐피털들은 1억원보다는 3억원 규모의 투자를 선호하는 속성이 있으며 그러다 보니 성장한 단계의 기업에 투자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초기기업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ㆍ초기 창업자를 선별해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교육 및 투자를 하는 기관), 대기업의 상생펀드 등이 생기면서 초기기업 투자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경쟁도 치열해지다 보니 걸음마 단계의 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공개(IPO) 등이 주춤한 상황에서 벤처캐피털들이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액수가 큰 후기기업 투자로 큰 리스크를 짊어지기보다 소규모 초기기업투자로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록 전체 투자금액은 줄어 들었지만 벤처투자자들의 관심이 초기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국내에서도 성장단계별로 시리즈A(초기기업 단계에 받는 1차 투자), 시리즈B(기업이 성장한 후 받는 2차 투자) 등 투자가 이어지는 흐름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