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남과 북, 진보와 보수, 개발론과 보존론 등으로 나뉘어 대립 양상이 일상화되고 불신과 분노가 쌓여 응어리지고 있습니다. 불교의 화쟁(和諍), 즉 진실과 화해를 통해 갈등을 풀어내야 합니다."
18일 조계사에서 만난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추진위원회 상임공동추진위원장 도법(사진) 스님은 이같이 말했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는 다음달 2일 제주도 한라산 천고제를 시작으로 다음날부터 제주~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광주·전남~전북~충북~대전·충남~강원~경기 남부~인천~경기 북부 등 14개 광역도시를 거쳐 오는 6월10일 서울 광화문공원에서 막을 내린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아픈 역사와 그 속의 희망을 담은, 상징성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하는 여정이다. 또 현해탄 너머 대마도로 확장하는 일정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조계종이 먼저 '3·1정신'을 통해 화두를 던지고 범종교·시민사회적으로 지혜와 힘을 모아 힘 있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04년 거제에서 지낸 합동위령제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거제는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곳이다. 도법 스님은 "당시 제사를 마치고 음식을 나눠 먹는 자리에서 재향군인회 어르신들이 '이렇게 과거사를 풀고 새롭게 가보자. 위령제에 참석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홀가분하다'고 말한 바 있다"며 "희생 당사자를 서로 만나게 하는 것은 의미 없으며 민족 구성원이라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이 사건에서 국민 정서적인 부분에서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리원전·송전철탑, 한진중공업 현장, 천성산 터널, 밀양 송전탑 등 주요 일정지가 주로 진보·환경적인 이슈 중심으로 짜이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구성원 간 얽히고 얼어 있는 부분을 어찌 풀 것인가, 이에 대해 좀 더 지혜롭게 다루고 풀어내자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