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말과 현실이 따로 노는 책임장관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벌써부터 논란이다. 기초연금에 대해 입장차를 보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가 30일 결국 수리됐고 법무부 감찰에 반발해 사퇴했던 채동욱 검찰총장 역시 "불의와 타협한 적은 결코 없었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이라는 박 대통령의 소신도 곳곳에서 질타를 당하고 있다. 정부 출범이 겨우 7개월밖에 안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며 "정부와 국무위원들ㆍ수석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책임장관제' 공약에도 꼭 부합한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의견이 달랐던 장관과 검찰총장은 떠났다. 말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모든 정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결정을 내리면 주무부처 장관이 반대하건 말건, 국민들이 이해하든 못하든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일방통행의 수직적 구조 속에 토론과 문제제기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국정운영이 난기류에 빠진 건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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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과 사명을 말하는 자체가 우습다. 한때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일컬어지며 공약개발에까지 참여했던 이조차 '못해먹겠다'고 나가는 마당이다. 어느 누가 반론을 제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건의할 수 있겠는가. 공약집에 명시된 책임장관과 검찰의 독립성 보장도 빛이 바랜 지 오래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우리나라 헌법구조에서 박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이 곧 안정적 국정운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국정안정은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장관과 정부가 존재하고 이를 믿고 따르는 국민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정혼란을 수습하고 경제회복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만기친람(萬機親覽)을 버리고 책임장관을 세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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