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출범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곳이 KDI였다. 정책의 중심에 섰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 정점에 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융연구원이 잘나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직원들은 오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부총재보가 오느냐'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금융연구원의 A박사가 부총재보에 추천됐다는 얘기가 돈 탓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부총재보는 내부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인데 외부인 금융연구원에서 바로 날아올 수 있느냐"고 했다.
금융연구원이 잘나가고 있다. 금융권의 주요 보직을 꿰차는 일이 많아서인데 일각에서는 연구원으로서의 초심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국민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금융연구원 출신인 이건호 부행장이 급부상한 것도 금융연구원 인맥이 배경에 있다. 이 부행장은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위원장도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지난해에는 부원장직을 지내다가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정 부위원장은 임명 당시 금융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 4월에는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 금융감독원 자문관에 위촉됐다. 금융위의 이상제 상임위원과 임형석 국제협력관(국장)도 연구원 출신이다. 금감원 부원장까지 역임한 이장영 금융연수원장 역시 금융연구원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최종 논의과정에서 방향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지난달 발표된 금융감독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간사를 맡아 실무업무를 했다. 연구원은 또 올해 들어서만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공개토론회' 등 18회의 토론회와 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나 금융연구원의 행보를 두고 뒷말도 많다. 금융 분야의 싱크탱크 역할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국민은행장 인선과정에서 금융위의 개입설이 나도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연구원을 발판 삼아 다른 곳으로 진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연구원이 정치적인 성향을 띠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