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막 오른 복수노조시대] <상> 세력재편 시작된 노동계

"파벌싸움 신물" 기존노조 이탈… 화이트칼라도 조직화 움직임<br>"정치투쟁 보다 조합원 권익 우선"<br>양노총 노선 불만 쌓인 노조원들<br>이해관계 맞는 새 노조 설립 추진<br>"사무·연구직 결성땐 파급력 클 듯"



대우증권의 서울 A지점에서 근무하는 B씨는 최근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뜻이 맞는 직원들과 함께 지점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있는 민주노총 산하의 기존 노조가 독점과 매너리즘으로 지점 직원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 때문에 직원들이 스스로 오는 7월1일 복수노조 허용에 맞춰 새로운 노조 출범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한국노총을 찾아가 노조 출범을 위한 협조를 얻고 있으며 7월1일에 고용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대우증권의 경우처럼 기존 노조 활동에 대한 불만과 계파 간 갈등 등을 이유로 새로운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민노총 산하 산업별 노조인 한국산업발전노동조합에 소속된 남부발전지부의 경우 민노총을 탈퇴한 근로자들이 중심이 돼 기업별 노조인 남부발전노동조합(가칭)을 설립하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본격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부ㆍ동서ㆍ서부ㆍ중부ㆍ남동 등 한국전력의 5개 자회사가 하나의 노조로 활동하고 있는 발전노조가 조합원의 이견에도 민노총의 정치투쟁 노선에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만 때문에 남부발전노조는 기존의 정치투쟁을 배제하고 조합원을 위한 노조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는 노조가 있지만 제3노총인 국민노총(가칭)을 상급단체로 하는 노조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제3노총 설립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제3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노조 출범을 준비하는 동시에 앞으로 있을 현행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제3노총을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 사업장의 경우 내부의 복잡한 파벌 때문에 7월 이후 한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생겨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노조에서 제명된 전임 집행부 24명은 파벌을 이끌고 새로운 노조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동조합 내부에서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복수노조를 만들 수도 있고 노조운동의 방향이나 운동전술과 관련해 다르다는 이유로 노조 내부의 일부 분파가 기존 노조와 별도로 복수노조를 만들기 쉬운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일련의 움직임들은 이런 경향을 반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장 수개월 내에 사업장마다 복수노조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확률은 높지 않지만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2~3년 내에 복수노조가 출현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조직규모가 크면 직종별 이해차이가 클 수밖에 없고 노조운동의 이념적 다양성이 나타날 공산도 그만큼 커서 복수노조 출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노조 미조직 직종이던 사무직과 연구직(R&D)들도 노조를 조직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900여개 기업의 사용자와 노조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설문에서도 '복수노조가 설립될 경우 신규 노조는 어떤 그룹을 주요 조직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사무직 및 연구직이 23.8%를 차지해 비정규직(16.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노총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현재 노조가 생산직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7,000여명 규모의 연구직을 중심으로 하는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노동계에서는 보고 있다"며 "실제 연구직 노조가 조직된다면 상징성 측면에서 다른 대형 사업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수노조 시행은 새로운 노조 출현 외에도 기존 노조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금단체협상 교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사측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현행 단협 제1조 '회사는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표해 임금협약, 단체협약, 기타 사항에 대해 교섭하는 유일한 교섭단체임을 인정한다'는 조항을 삭제하자고 노조에 요구했다. 이는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몇 개의 노조가 생길지 모르는 만큼 1987년 설립된 현재의 현대차노조를 유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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