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대규모 적병이라 해도 기세를 탈취할 수 있고 적장의 심정을 빼앗을 수 있다. 아침의 기세는 예리하고 주간의 기세는 타락하여 게을러지며 저녁의 기세는 귀로만 생각한다.’ 적을 꺾으려면 먼저 사기가 성하고 쇠하는 자연의 추세를 알아야 한다. 대체로 사기란 처음에는 왕성하고 나중에는 해이해진다. 짧은 시간 동안에는 긴장하지만 시간이 오래 되면 느슨해지는 것이다. 군쟁(軍爭)편에 이른 이 구절은 적의 사기뿐 아니라 자신의 사기도 그러하므로 스스로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것이 보통이다. 정신이 깨끗하고 용기가 솟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긴장이 풀리고 낮이 되면 게을러진다.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아침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오랜만에 라운드를 하게 되면 마냥 어린아이처럼 즐겁기도 하고 왕성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실력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기도 한다.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오늘은 그 동안 연습도 별로 못했으니 그저 힘 빼고 부드럽게 쳐서 18홀 내내 실수만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초심(初心)을 유지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몇 번 부드러운 스윙으로 볼이 생각보다 잘 나가고 두세 홀 스코어가 잘 나오면 생각이 달라진다. ‘조금만 더 힘껏 치면 동반자보다 훨씬 더 날아가겠는걸….’ 이런 생각의 싹은 라운드를 망치는 첫걸음이 된다. ‘드라이버는 좀더 백스윙을 크게 하고, 체중이동을 더 확실하게 하고…’ 하는 식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결과는 슬라이스나 하늘 높이 솟구치는 하이 볼, 또는 뒤 땅 치기 같은 미스 샷이 될 확률이 높다.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골프도 사기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편이 승리하는 법이다. 초심을 18홀 내내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다. /MBC-ESPN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