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설성장 엔진, 디벨로퍼] 2. 시행사 난립 부작용

2001년 말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를 맞으면서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시행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개 단지 이상의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개발한 시행사만 300개, 많게는 500개까지 추산될 정도다. 이 가운데 신영 등 일부회사는 자체 브랜드ㆍ상품으로 디벨로퍼 영역을 확고히 굳히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개발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일확천금을 노린 시행사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는 점.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부동산 개발ㆍ임대`등의 업종으로 신고 후 누구나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일반 종합건설업체와 같은 까다로운 등록기준이 없는 셈. 때문에 부동산 개발 경험이 없더라도 속칭 `물 좋은 부지계약`만 해 놓으면 누구나 시행을 할 수 있고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 결국 이로 인한 시행사의 급증은 땅 값 급등, 1회성 업자의 고의부도, 허위분양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시행사 난립에 따른 내재적인 문제는 폭발할 수 밖에 없다. ◇브랜드 없는 디벨로퍼 = 현재 시행사 고유의 브랜드를 가진 전문 디벨로퍼로 신영을 제하고는 거의 없는 실정. 특히 일반 수요자조차 시행회사가 어느 업체인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도 결국 시행사가 브랜드를 갖추지 않는 부동산 개발업계의 단면이다. 미국의 경우 디벨로퍼가 자체 브랜드를 갖추고 책임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점을 감안할 때 국내 시행사는 일부업체를 제하고 대부분 `땅 꾼`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행ㆍ시공ㆍ파이낸싱의 3각구도 형성은 국내 주택ㆍ부동산개발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며 “특히 전문화된 시행자, 즉 디벨로퍼가 나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행사 경쟁, 땅 값ㆍ분양가만 인상 = 하나의 부지를 놓고 시행사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땅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더구나 고질적인 택지난을 겪고 있는 서울의 경우 시행사 급증은 엎친데 덮진 꼴. 실제로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건립할 수 있는 강남 지역의 대로변 상업용지는 평당 3,000만원을 넘어선다. 이는 2년 전 평당 2,000만원 선에 비해 50% 이상 상승한 금액. 더구나 목 좋은 부지를 매입한 시행사의 경우 시공업체에게 무리한 분양가 책정을 요구, 분양가도 턱없이 높아 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강남권에서 분양된 29개 단지 중 시행ㆍ시공이 동일한 사업지는 시행ㆍ시공사가 분리된 사업지에 비해 평당 200만원이 낮았다. 또 부지만 선점한 영세한 시행사의 경우 브랜드를 비롯해 분양전략 수립 등의 역할은 대부분 시공업체가 떠맡는 게 현실. 그만큼 무분별한 시행사가 난립하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이다. 실제로 2001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1회성 시행사도 급증, 1개 이상 단지를 시행한 곳만 최고 500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일부시행사의 경우 고의부도, 허위분양 등에 따른 수요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고 시행ㆍ시공사간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난개발과 규제만 부른다 = 시행사 난립은 결국 도심의 무분별한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과잉 공급론이 제기되는 오피스텔 시장이나 테마상가가 단적인 예. 실제로 시행사가 몰려 있는 오피스텔의 경우 서울ㆍ수도권에는 2년 간 총 10만 여 실이 넘는 오피스텔이 공급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중 1만2,000여 실의 오피스텔이 입주한 것을 비롯해 향후 입주예정 물량도 올해 4만1,000여 실, 2004년 4만7,000여 실 등이 입주대기 중이다. S건설 관계자는 “이젠 단순 시행사가 아닌 전문 개발능력을 갖춘 디벨로퍼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행사 난립, 영세성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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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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