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업종별 생산성지표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제대로 열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TF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 과제에 포함됐던 업종별 생산성증가지표를 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고용부가 임금·단체 교섭 방향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로 구성됐다. 기재부 미래경제전략국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고용부·산업부·통계청·중기청 등 관계부처 실무진이 모이는 회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 차례도 실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산업부는 업종별 생산성증가지표만 산출하는 것이 기본 임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의 임금교섭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생산성도 있고 물가상승률도 있다"며 "업종별 업황과 개별기업의 실적에 따라 전부 상황이 다르므로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정부가 획일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금·생산성을 연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임금·생산성 간 연계가 "비정규직 등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지난해 초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과제 가운데 하나라는 데 있다.
정부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경력과 근속연수 등 다른 임금 결정요인을 조정해 비교할 경우 생산성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11.8%가량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사관계 생산성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며 "임금과 생산성 간 연계를 강화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 해고요건을 강화해 고용보호 격차를 줄여갈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개별기업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과 임금피크제의 전제조건이 임금·생산성 간 연계에 있는 만큼 정부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노사 양측에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 투입이 없다고 가정한 가운데 몇 대의 자동차를 더 만들었느냐를 계산할 수는 있겠지만 설비가 좋아진 덕분인지 진짜 노동생산성이 상승한 때문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생산성 향상의 기여분을 수학공식처럼 계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의 경우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생산성이 올라가지만 다른 업종의 경우 대개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시기에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성이 피크(Peak)가 되고 하락하는 시점에 임금을 낮게 받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임금·생산성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