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인터넷라이프] 사이버 세상에도 '시민권' 있다

지난 48년 국제연합(UN)은 5차 총회는 세계인권선언을 채택, 발표했다.「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세계인권선언이 공표됐을 당시, 전세계는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민족이 독립국가를 건설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누구나 온라인 상에서는 자신의 익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 접속한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하는 정보시대의 새로운 천부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 나온지 정확히 50년 뒤인 지난해 12월10일 발표된 「사이버 권리선언」의 한 대목이다. 인류가 현실세계의 「인권」에 눈뜬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는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가상세계를 건설해가고 있다. 사이버세계에서도 현실공간처럼 엄연히 인권이 존재한다. 바로 「사이버시민권」이다. 올바른 정보를 알 권리,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 성별·사회적 지위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말아야 할 권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표현의 자유도 있다. 사이버세계는 원칙적으로 자유 경제체제를 지향한다. 마찬가지로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이에 따른 부(富)를 누릴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 사이버세계는 현실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공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현실공간에까지 미치게 된다. 얼마전 사이버 세상에서 사생활 보호운동이 격렬하게 불붙었다. 바로 인텔사의 펜티엄Ⅲ 불매운동. 이 운동은 펜티엄Ⅲ칩에 내장된 고유번호(PSN)기능이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성이 높다는데서 출발했다. 칩은 PC마다 1개씩 들어 있다. 칩마다 고유번호를 입력해 관리하면 일종의 온라인 신분증이 된다. 사용자가 PC로 온라인에 접속할 때 PSN기능을 이용하면 어느 곳을 여행하는지, 무엇을 사고파는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집집마다 감시 카메라를 장착한 꼴이 된다. 네티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했다. 진보네트워크와 YMCA 등은 펜티엄Ⅲ 불매운동을 벌였다. PC통신 사용자들이 사이버데모를 통해 요금인하나 통신품질 개선 등을 요구하는 것은 이제 일상처럼 돼버렸다. 사이버세상은 그동안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약자가 손쉽게 권리찾기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사이버시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 뿐만 아니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음담패설·욕설, 사생활 침해, 정보 유출 등의 행위는 자신을 기만하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다. /문병도 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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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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