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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비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기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검찰 수사도 한층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요 척결 비리 중 하나인 대기업 비리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진척이 더뎠던 사건까지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비리를 포함한 부정부패 수사는 검찰이 항상 해왔던 업무"라면서도 "대통령과 정부가 강조하는 사안을 위주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하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부정부패 척결 중점 사안으로는 자원외교 비리, 방산 비리, 대기업 비리 세 가지가 꼽힌다. 이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비리와의 전쟁' 선포 때 직접 지목한 것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주요 대기업 비리 수사는 2013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횡령 배임 사건이 마지막이었을 정도로 최근 큰 결과물이 없었다.
경제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어서 대기업 수사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데다 지난해에는 검찰 수사 초점이 '관피아 척결'에 맞춰져 있어 대기업 수사는 상대적으로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도 비리는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멍석'을 깔아주면서 대기업 수사에 있어서도 검찰의 운신 폭이 한층 넓어졌다. 항상 해왔던 대기업 수사라도 앞으로는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포스코건설 외에 그동안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던 일부 대기업 사건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묵혀왔던 대기업 사건으로는 동부그룹·신세계·금호아시아나 등의 비자금 사건이다. 동부그룹의 경우 김준기 회장이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만든 의혹을 받고 있고 비자금 중 상당액은 자녀에게 흘러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는 법인 자금 일부가 현금화돼 기업 고위층 계좌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금융거래계좌 등을 살펴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부동산개발사업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이날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건설사업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공모한 정황이 포착된 H업체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 등 전·현직 임직원 4명도 소환 조사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 정권 실세 등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 이들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