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둑 톱

「바둑 최강국」이라는 한국 바둑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한국은 최근 잇달아 개최된 춘란배, 잉씨배, 후지쓰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려 충격을 주었다. 먼저 지난 2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4회 잉씨(應氏)배 세계프로선수권대회 본선2회전. 한국은 이창호만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이날 지난 대회 우승자인 유창혁9단을 비롯해 조훈현9단, 최명훈7단 등 최강의 멤버가 줄줄이 탈락했다. 이에 앞서 30일 본선1회전에서는 서봉수9단, 양재호9단 등이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제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는 아예 4강 진출도 하지 못하고 전원이 탈락했다. 지난해말 16강전에서 이창호·유창혁9단 등 한국 출전선수 6명 중 5명이 떨어진데 이어, 지난달 28일 8강전에서는 제1회 대회 우승자인 조훈현9단마저 중국의 콩지에(孔杰)5단에게 일격을 맞았다. 콩지에는 17세에 불과한 새내기 기사라 충격의 강도는 더 컸다. 제13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는 지난달 10일 본선2회전에서 유창혁·조훈현9단, 목진석5단 등이 8강에 진출해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 그러나 한국 바둑이 지난해 세계무대를 싹쓸이한 것을 고려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왜 그럴까. 바둑전문가들은 이창호·조훈현·유창혁 등 「3인방」에 의지하는 한국 바둑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현재 한국 바둑은 머리만 있고, 허리가 없는 형국이다. 실제 지난해 이창호는 LG배와 삼성화재배를 차지했고, 조훈현은 춘란배, 유창혁은 후지쓰배를 나눠가졌다. 월간 「바둑」 편집장인 정용진씨는 『세계정상급 기사들의 실력 차이는 백지 한장에 불과하다』면서 『국내 간판 스타들은 세계무대에 너무 자주 출전해 전력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다시말해 중국·일본 기사들은 몇몇 국내 기사만 연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3인방」의 한 축을 이루는 조훈현은 나이 탓인지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창혁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야구선수 박찬호처럼 기복이 심해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이창호만 넘어지면 전체가 불안할만큼 정상급의 선수층이 빈약하다. 반면 최명훈·안조영·이성재·목진석 등 신예들은 가끔 이변을 일으킬뿐 국제 무대는 물론 국내 타이틀 쟁취에도 몇 년째 실패하고 있다. 이에대해 정씨는 『결국 한국 바둑의 미래도 이들 젊은 기사들이 허리의 공백을 메워가면서 이창호·유창혁 등을 어떻게 따라잡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5/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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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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