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종자과’ 신설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농작물 종자뿐 아니라 축산ㆍ수산종묘 등의 유전자원 관리, 품종 개량ㆍ보호ㆍ연구개발 등 품종 관리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종자전쟁’이 벌어진 지 오래지만 우리는 로열티 지불을 억제하는 데만 급급해왔다. 종자과 신설을 계기로 종묘 육성 및 개발 분야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종자과 신설은 너무 늦었다. 해방 후 산업으로서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사이 토종종자가 외국으로 밀반출되고 그 대신 외국종자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옥수수ㆍ양파ㆍ당근ㆍ감자ㆍ딸기ㆍ감귤ㆍ장미ㆍ국화 종자의 대부분이 외국산이다. 외국산 종자가 우리 농토를 지배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국내 5대 종묘회사 중 4개 회사가 경영난으로 일본ㆍ미국ㆍ스위스 업체에 인수합병돼 국내 종자산업은 사실상 고사한 실정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종자과 신설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외국에 지불하는 종자 로열티가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가입 10년이 되는 오는 2012년부터는 지정된 모든 작물에 로열티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방치할 경우 로열티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크다. 2002년 13억8,000만원이던 로열티는 2008년에는 135억원으로 6년 사이에 10배나 뛰었다. 반면에 수입은 몇 만달러에 불과하다..
다국적 종자기업들의 무차별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종자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환경에 맞는 특화종자 개발과 육성을 담당하는 전문기관 설립 및 고급인력 확보,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농업진흥청을 중심으로 딸기ㆍ장미ㆍ키위 등의 토종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품종개발 및 개량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생명공학이라는 점에서 고급인력 확보에 종자주권 확립 여부가 달렸다. 이런 점에서 종자과 설치와 함께 연구개발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19세기 말부터 미국ㆍ일본 등 외국으로 빠져나간 토종종자의 반환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종자과 신설이 종자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