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7월 8일] '메기 경영론'과 중국의 추격

'메기가 있는 논의 미꾸라지와 그렇지 않은 논의 미꾸라지의 몸집 상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메기와 같이 있는 미꾸라지가 훨씬 튼튼하게 자라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다. 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더 경계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많이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긴장과 위기의식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른바 메기경영론이다. 강력한 경쟁자나 추격자가 있으면 긴장하게 되며 긴장은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기폭제로 작용해 발전과 성취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바뀐 휴대폰시장 기류 메기론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지난 십수년간 삼성그룹을 관통해온 경영론이기도 하다. 신임 임원들의 교육내용 중에 포함돼 있을 정도다. 위기의식은 이 회장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지난 3월 경영복귀를 전후해서도 여러 차례 그것을 강조했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과 사업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지나치게 엄살을 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쟁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경영복귀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수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잘나갈 때일수록 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일리 있는 이야기다. 휴대폰이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산 휴대폰은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 2억2,700만대를 팔아 세계시장 점유율 20.1%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3.8%나 껑충 뛴 수치다. LG전자는 10.4%로 1.8%포인트 증가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30.5%에 달한다. 1위는 38.1%의 노키아였지만 전년에 비해 1.7%포인트 줄었다. 격차가 크게 좁혀졌고 우리 업체들이 상승추세인 반면 노키아가 하향곡선이라는 점에서 곧 따라잡고 더 나아가 추월도 시간문제인 분위기였다. 반도체ㆍLCDㆍ디지털가전에 이어 휴대폰도 세계제패의 기대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나 올 들어 애플의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선풍이 일어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정상도약의 꿈에 들떠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주도권 상실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방심의 결과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것은 2007년이다. 처음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계속된 업그레이드로 3GS, 4GS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온통 스마트폰으로 쏠리고 있다. 제품이 시장에 나온 지 오래됐지만 우리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소홀히 했다. 특히 국내업체들은 2~3년 전 해외에서 스마트폰 아이디어와 사업을 제안해왔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기술의 변화와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다. 일반 휴대폰의 성장에 흠뻑 빠져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신을 차리고 추격에 나섰지만 시장의 판세를 뒤집기에는 아직 힘이 부쳐 보인다. 늦게 출발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긴장하지 않으면 먹힌다 메기론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은 휴대폰만이 아니다. 전경련이 최근 20개 연구기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8대 수출주력 품목의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조사한 결과 3.9년에 불과했다. 휴대폰 사례에 비춰보면 긴 시간이 아니다. 중국이라는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진 메기가 바로 옆에 있는 셈이다. 우리 기업들이 눈부신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 부지런히,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잡혀 먹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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