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사실상 시작됐다. 대선주자들은 23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에 나서지만 4ㆍ11 총선을 계기로 대선을 앞둔 여야의 기싸움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재점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야 모두 원점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의석은 152대140(통합진보당 13석 포함)으로 여당이 앞서지만 득표율은 단일후보를 낼 야권(통합진보당 포함 46.75%)이 오히려 여당(42.8%)을 3.95%포인트 앞선다.
19대 국회에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부여한 민심은 이제부터 국가권력을 누구에게 맡길지를 '원점'에서 살펴볼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박 위원장이 12일 "또다시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예상보다 크게 승리했지만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과 젊은층의 마음을 얻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환골탈태를 다짐하고 있다. 당장 패배 후유증으로 내홍이 불거져 당분간 진통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또한 대선전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국민들께 참 죄송하다. 과반수로 승리할 수 있는 두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놓쳤다. 분하고 또 분하다"며 자성론을 폈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명숙 대표 지도체제는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선을 겨냥해 5월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밝힌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대선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번 총선을 교훈 삼아 겸허한 자세로 민생을 챙기지 않고서는 중도층과 서민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권은 양극화 심화, 물가고, 민주주의 후퇴 등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요행히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힘입어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국민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에서 패한 것을 뼈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대선 때는 총선과 반대로 국민들의 견제심리와 교체의지가 작동할 수도 있다.
야권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단일화만 이뤄지면 승리할 수 있다는 안이한 정치공학적 접근을 버려야 한다. 또 총선 결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결국 여야 모두 청년 일자리 창출, 등록금 대책, 노인 문제 등 민생과제에 대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18대 국회와 달리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겸허하게 국민적 이해와 공감을 얻어가는 쪽이 12월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