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경기/쇄신] [기자의 눈/8월 28일] 친서민 세제 '눈가리고 아웅'

“서민을 위한다더니 제 주머니에선 뜯길 것만 늘었네요.” 정부의 세제개편안 인터넷 기사에 한 네티즌이 달아놓은 푸념 댓글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제개편안 발표 일주일 전에 이례적으로 ‘친서민’ 세제지원 분야만 따로 떼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난 6월, 하반기에 달라지는 정책을 설명하기 일주일 전 ‘달라지는 서민생활’이라는 제목으로 MB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코드를 맞춘 것과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정부의 ‘서민 기준’이 너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폐업 영세사업자에 대한 세금납부 면제, 월세 소득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기껏 500만원의 세금 낼 돈도 없이 도산하거나 세전 연봉 3,000만원 이하로 가족을 부양하고 월세를 내며 궁핍하게 살아야 한다. 정부는 총급여 3,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70% 수준인 930만명이라고 밝히면서도 맞벌이 부부는 얼마나 되는지, 부양가족 없는 독신자는 얼마인지, 집을 가진 사람은 몇 명인지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정부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서민 기준’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혜택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연말이면 모든 언론이 ‘재테크의 기본’이라며 추천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이제 소득공제도 못 받은 채 최소 5년 돈이 묶이는 애물단지가 됐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아파 병원에 갈 때도, 운전면허를 따러 학원에 갈 때도, 얼굴에 보기 싫은 점을 빼러 성형외과에 갈 때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게 됐다. 녹색펀드에 세제혜택을 주겠다는데 정부는 녹색펀드의 기준도 마련하지 못하고 금융사들은 과연 이런 상품이 팔리기나 할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사업 근근이 유지해서 길거리에 나앉지 않고 전세 살 정도면 서민이 아니니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이 늘었다는 말도 국민들은 믿기 힘들어한다. 아무리 과표를 높이고 몇몇 공제혜택을 없애도 세율인하의 효과가 커서 정작 정부가 세원으로 삼겠다고 한 고소득층은 올해도 세금폭탄을 피하게 됐다. 정부가 말하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결과가 이런 것이라는 데에 납세자들은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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