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 파장… 금융가·재계 스케치

◎“내부적으론 18일 이미 부도처리”/제일은 등 금융결제원에 5일간이나 숨겨/작년말부터 「한보죽이기」 시나리오 나돌아/정부「노동법정국」 국면전환카드 활용설도○…정보근한보그룹 회장은 24일 상오 10시20분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방문, 경영권 포기의사를 뒤늦게 밝히며 부도처리 유예를 요청. 그러나 제일은행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부도처리 유예가 사실상 수용될 전망이 없자 24일중 법정관리 및 재산보전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겠다고 발표하기도. ○…추가지원에 대한 담보로 보유주식을 제공키로 했던 것이 무산돼 결국 부도처리되게 된 원인과 관련, 주식담보에 대한 한보와 은행측의 해석차도 한 원인으로 작용. 한보는 주식담보를 경영권에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질권담보의 형식으로 해석한 반면 제일은행등 채권은행단은 경영권 이양까지를 고려한 양도담보방식을 요구. 질권담보란 담보물에 대한 소유권은 채무자에게 있는 단지 채권확보방안의 하나로 채권회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담보물을 매각할 수 있는 부동산 근저당설정과 유사한 의미. 정회장측은 『은행에 이미 담보로 잡혀 있는 주식의 경우 질권설정의 방법을 통해 담보로 제공됐는데 이번에는 은행측이 양도담보를 요구해 당황했다』며 『이에 따른 마찰로 은행측과 실랑이가 빚어져 주식담보제공이 늦어졌다』고 설명. ○…제일은행 등 한보철강의 채권은행들은 한보철강이 발행한 수백억원의 어음을 부도처리하고도 수일간 이를 금융결제원에 신고하지 않은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 등은 지난 18일부터 돌아온 한보철강 어음이 잔고부족을 일으켜 내부적으로 부도처리를 해놓고도 23일까지 5일간 금융결제원에 부도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의 부도금액은 이미 23일 현재 18개 거래은행권에서 총 6백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른바 80년대초 이·장어음부도사건때는 공영토건의 부도어음을 15일간 숨기다 결국 부도를 터뜨린 기록이 있다. ○…업계와 금융가에는 지난해말부터 한보가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 이래 부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해 그럴듯한 시나리오설이 제기돼 관심. 이 시나리오의 출발은 지난해말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소문으로부터 한보부도 드라마가 시작됐다는 것. 이어 제일은행등이 공동으로 운전자금을 긴급지원한 것도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의 경영권배제를 염두에 둔 「당근책」이고 막판에 경영권 포기, 은행공동관리라는 비수를 정회장에 제시, 꼼짝못하게 했다는 것. 금융가에서는 『이같은 부도사태까지의 과정이 은행권이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외부의 지시에 따랐다는 것에서 알수 있다』며 시나리오의 존재가능성을 뒷받침하기도. 또 시나리오 작성자에 대해 『한보의 부도로 이익을 보는 쪽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측일 것』이라고 설명. ○…한보철강의 부도가 전격 결정된 것은 최근 노동법 개정으로 위기에 몰린 정부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분석은 재계에서 무성하다. 이같은 주장은 국제그룹처럼 「정치적 타살」에서나 가능한 대형그룹의 부도처리가 「전격Z작전」처럼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처리된 데서 나오고 있다. 그 결정의 신속함이 그간 정부의 정책과정에서 볼수 없을 정도라는 것. 또 지난해말부터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노동계에 대해 기업도산의 위기감을 환기시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부도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과 관련, 반론도 만만찮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에 설비를 공급했던 삼성·현대중공업등 중공업체들은 한보의 부도로 대금결제가 불가능해지자 거래현황과 피해액을 파악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 삼성과 현대중공업측은 당진제철소의 초기공사에 주로 참여, 피해액이 크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중공업설비가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외로 피해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피해액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정경·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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