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500억 투자한 상주 한방산단 4년째 빈 땅

입지·교통여건 고려없이 사업 강행 … 기업들 입주꺼려

약초재배지 추진에 "지자체 예산낭비 대표사례" 지적


경북 상주시가 50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0년에 조성한 한방산업단지(위치도)에 입주 희망업체가 4년째 단 한 곳도 없어 지방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8일 상주시에 따르면 은척면 남곡리 일원 76만㎡ 규모로 조성된 한방산업단지는 당초 약초재배와 한약생산, 한방상품 제조, 한방제제 가공업 및 연구·개발 등 한약관련 전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500억원을 투자한 사업이다.


하지만 계획 초기부터 입지문제를 비롯한 모든 여건이 불리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해 현재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지방자치단체 예산낭비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상주시는 허허벌판으로 방치된 이곳에 궁여지책으로 대형 한방사우나시설을 세워 하루 수백명의 고객을 맞고 있다. 간신히 한방단지 명맥을 잇고 있는 셈이다.


한방산업단지는 상주시에서 왕복 2차선의 구불구불한 고갯길(우산재)을 따라 무려 30㎞나 떨어진 속리산 성주봉 자락의 자연휴양림 인근 산골에 조성됐다. 때문에 입주를 희망했던 기업들도 현장을 방문한 뒤에는 물류비 부담과 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예상하고 입주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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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입주기업을 단 한곳도 유치하지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주시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전체 면적 중 산업단지로 지정된 면적은 42만5,600㎡(전체 56%)인데 이 가운데 93%에 해당하는 39만 5,000㎡가 약초 재배지이므로 임대를 희망하는 농민들이 많아 올해부터 약초가 재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머지 용지에 대해서는 성주봉 자연휴양림을 이용한 한방실버산업단지(자연치유센터) 운영을 검토하고 있어 올해 중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주시 예상대로라면 한방관련 전문기업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됐던 산업단지가 약초재배지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상주시는 "약초재배지를 제외한 나머지 3만여㎡가 산업용지이며 업체 몇 곳과 접촉하고 있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만 내놓고 있다. 아울러 지원시설용지에 대해서도 "이미 들어선 사우나와 함께 옻칠테마 체험장, 도요, 한방찻집, 식당 등의 용지가 일부 분양됐다"며 "조만간에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주시의 기대를 감안하더라도 한방산업단지는 약초만 무성하게 자라는 곳에 식당 등의 지원시설만 들어서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또 다른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상주시가 책정한 약초지와 산업용지의 분양가는 ㎡당 6만5,000원대이며임대료는 ㎡당 연간 2,000원이다. 이곳에는 현재 용지를 관리하는 공무원만 20여명이 수년째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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