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관리원이 어떤 곳인가. 석유류 품질검사와 가짜 석유의 제조 및 유통을 단속하는 공공기관이다. 국가가 위임한 권한을 치부의 도구로 삼았으니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다. 그동안 정부와 정유업계의 가짜 석유 근절노력에도 왜 뿌리가 뽑히지 않는가 했더니 그 이유를 알 만하다. 단속 공무원과 악덕업자의 검은 뒷거래가 숨어 있었던 게다. 아무리 대책을 세운들 일선 단속 공무원부터 썩었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러니 남들이 다 해먹는데 재수없게 걸려들었다는 뒷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이번 사건을 몇몇 간부들의 모럴해저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관리원과 직원 전체를 매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청렴한 직원이 대부분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간부 가운데 현직 감사실장까지 포함된 사실은 충격적이다. 비록 감사업무를 총괄하기 전에 저지른 비리이기는 하나 내부에 뭔가 심각한 구조적 병폐와 부패사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가짜 석유를 근절하면 연간 최대 1조원의 세수가 증가한다고 한다. 새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의 1순위로 꼽은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그만큼 석유관리원의 업무가 중차대하다는 의미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먹통이고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외부에서라도 메스를 대야 한다. 그러자면 공석인 수장부터 제대로 뽑는 게 1차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