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 <1부-상> '수출인큐베이터' 현장을 가다

"판로개척 도와줍니다" 수출첨병 맹활약


최근 한국 경제는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은 도망가고 중국과 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가들이 턱밑까지 추격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 중소기업은 고용이나 매출 규모 등에서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몸집이 작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초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초일류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이에 서울경제는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는 주제로 알짜 경영과 한 우물을 파는 장인 정신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중소기업들의 소개와 이들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제안한다. 미국 워싱턴 델러스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ry)에 위치한 중소기업진흥공단 워싱턴 수출인큐베이터(KBDC) 컨벤션룸. 최근 수출인큐베이터에 입주하고 있는 12개 중소업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 연방정부와 버지니아ㆍ메릴랜드 주정부 조달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개척단 설명회와 개별 업체의 상담회 자리였다. 멀리 서울에서 도착한 해외담당 임원들이 함께 참석해 버지니아주 산하 페어팩스 카운티와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조달관에게 자사의 신제품을 직접 설명하며 열을 올렸다. “이 마우스가 지난해 CES에서 신기술 제품으로 선정된 제품 맞습니까. 기존의 마우스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제품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인가요.” “누워 있는 마우스를 세워 사용할 수 있도록 펜 모양의 인체공학적 구조로 설계해 하드웨어 스크롤 휠을 장착해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마우스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광학전문 벤처기업인 와우테크 양종국 미국지사장과 전시 중인 펜형 마우스 와우펜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미국 바이어와의 대화다. 펜형 마우스 와우펜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ㆍ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06’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선정한 ‘2006년 5대 업무용 신기술 제품’ 중 하나로 미국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와우테크의 주력 제품. 신기술 제품 선정을 계기로 400억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조달예산을 집행하는 미국 조달청(GSA)의 벤더(vendor)로 등록, 미국 전역의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만 79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양 지사장은 “미국시장 진출 초기 바이어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교역거점을 마련하지 못해 거의 포기상태에 있었다”면서 “하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수출인큐베이터에 입주하면서 바이어의 요구사항에 맞도록 제품설명서ㆍ포장방법 수정 등의 마케팅 컨설팅을 받거나 법률ㆍ회계 등의 자문을 받을 수 있어 미국시장 진출기반을 다지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진공이 운영하는 ‘수출인큐베이터’가 해외시장 판로개척을 위한 수출 첨병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98년 시카고에 수출인큐베이터 설치를 시작으로 2000년 독일 프랑크프루트와 2002년 중국 베이징 등 미국과 유럽ㆍ중국ㆍ인도ㆍ러시아 등 10개국 15개 지역에 수출인큐베이터를 가동, 250여개 업체가 활용하면서 11억800만달러의 수출성과를 올렸다. 우도현 중진공 워싱턴 수출인큐베이터 소장은 “일반적으로 중소업체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문화와 언어 등의 차이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데 6개월이 소용되는 데 반해 수출인큐베이터 입주업체들은 입주한 뒤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만큼 해외시장 판로개척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본부가 자리잡고 있고 세계 금융중심지로 불리는 뉴욕 중심지인 맨해튼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뉴저지 잉글우드 클리프다에 위치하는 중진공의 뉴욕 수출인큐베이터. 이 곳 입주기업들의 수출실적도 눈부시다. 일회용 의료기기 센서를 제조하는 바이오프로테크는 2004년 입주했다. 입주 뒤에는 마케팅 고문으로부터 바이어 정보제공 등의 지원을 받아 미국 내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미국 소비자와 최신 제품 동향을 파악했다. 이런 노력은 곧바로 수출실적으로 이어졌다. 입주 2년 동안 25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2004년에 비해 98% 증가했다. 미국 현지법인 정은철 과장은 “지난 3년 동안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수출인큐베이터가 수출 도우미 역할을 했다”면서 “이젠 독립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만큼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애완의류 및 액세서리를 만드는 또 다른 입주업체 패션팩토리. 지난해 수출인큐베이터에서 쌓은 바이어 정보와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를 미국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현지법인 이영환 과장은 “인큐베이터에 입주해 얻은 시장 정보로 미국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했다”면서 “작은 업체들이 해외 진출하는 데 수출인큐베이터가 효자 노릇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인큐베이터를 통해 첫 수출 길을 뚫고 수출역군으로 변신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중진공에 따르면 수출인큐베이터 입주기업들은 입주 후 수출대상 국가는 78.8%, 수출상담 횟수는 155.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신규 바이어 발굴건수도 입주 전 15.9건에서 입주 후 19.1건으로 20.1% 증가했고, 발굴기간은 89.9일에서 52.1일로 크게 단축됐다. 매출도 연평균 37.1% 증가하는 등 수출인큐베이터 입주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체별 평균 매출액은 2002년 73억원에서 2003년 91억원, 2004년 115억원, 2005년 185억원, 2006년 200억원으로 매년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이근복 중진공 미국 총괄사무소장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마케팅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도와주는 수출 첨병으로서의 역할이 수출인큐베이터 본연에 임무”라면서 “입주업체들의 새 바이어 발굴이 활발지면서 처음으로 올 상반기까지 수출 규모 누계가 1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올 연말까지 12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인큐베이터 = 해외현지에 교역거점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사무공간 및 공동시설, 사무용집기, 전화ㆍ인터넷 등 제공해 조기 정착할 수 있게 수출지원 역할을 한다. 수출인큐베이터에 입주하는 업체들은 현지거점 마련비용의 절감효과 뿐만 아니라 신규 바이어 물색, 현지 마케팅고문, 법률ㆍ회계 고문의 자문, 현지 파견직원의 조기정착을 위한 행정지원 등 맞춤형 수출지원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