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입학하는 해인 오는 2013학년도부터 외국어고가 국제고로 전환돼 내신성적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입학사정관제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외국어고 존속을 희망하는 학교의 경우 학생 수를 줄이고 학생 선발권을 제한하도록 해 강제 전환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다. 또 일반고도 졸업 요건을 강화하며 특히 영어·수학은 무학년제와 교과교실제를 도입해 10~15단계를 정해 목표 수준을 넘어야 다음 단계로 진입하도록 하는 제안이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위탁을 받은 특수목적고 제도개선 연구팀(박부권 동국대 교수)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만인의 탁월성 교육을 위한 고교체제 개편' 시안을 만들어 26일 공개했다. 교과부는 27일 공청회와 교육감협의회, 교장단 간담회 등을 거쳐 다음달 10일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외고, 국제고 전환할 듯=연구팀이 내놓은 외고 제도 개선안은 두 가지다. 먼저 외고를 존속시키거나 원할 경우 자율형사립고나 국제고ㆍ일반계고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외고로 남으려면 현재 학급당 학생 수(36.5명)를 다른 특목고인 국제고(20.9명)나 과학고(16.9명) 수준으로 줄이고 학년당 10~12개인 학급도 6~7개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2안은 특목고 지위를 폐지하고 자율형사립고ㆍ일반계고 등의 외국어 중점학교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건에 맞춰 자율형사립고ㆍ자율형공립고ㆍ국제고ㆍ일반계고로 바꿀 수 있으며 외국어 중점과정 지망자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중학교 내신과 추천서, 진로계획서를 평가해 모집한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외고들이 어쩔 수 없이 국제고로 전환하는 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남호법 대일외고 교장은 "외고로 존속하기 힘들다면 자율형사립고보다는 국제고로 전환하자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어ㆍ수학 무학년제 도입=연구팀은 외고뿐 아니라 일반계고 개편 방안도 내놓았다. 영어와 수학 과목에 무학년제를 도입하며 학급제를 교과교실제 등으로 전환하고 국어ㆍ영어ㆍ수학ㆍ사회ㆍ과학 등 이수해야 할 최소 필수과목을 정해 수업량과 과목별·수준별 성취 수준을 만들어 졸업 요건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영·수는 교육과정을 10~15단계로 재구성해 예컨대 15단계일 경우 5ㆍ9ㆍ12단계에서는 국가수준 도달 기준을 만들어 이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 응시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두 과목은 다른 내신성적과 분리해 단계별로 취득한 학점으로 대신하게 된다. 아울러 일반계고에 외고 지망생 등을 유인하기 위해 오는 2010년부터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방과후학교 형태의 고교ㆍ대학과정(highschool college)을 학교별 또는 거점학교별로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교과부 "국제중ㆍ자사고 입시도 손보겠다"=상당수 외고가 국제고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 국제고의 학생 선발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국제고 4곳 중 서울ㆍ부산ㆍ인천 국제고는 공립이고 청심국제고는 사립이다. 공립 국제고는 내신(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이 높고 영어듣기평가는 합ㆍ불합격(pass/fail)의 기준으로만 활용된다. 반면 청심국제고는 특별전형의 경우 영어듣기평가 100점, 에세이 70점, 구술면접 80점으로 뽑고 일반전형도 내신 120점, 영어듣기평가 100점, 구술면접 80점으로 선발한다. 따라서 외고가 국제고로 전환하더라도 학생 선발권이 부여된 사립 국제고의 방식을 따를 경우 영어 사교육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삼제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외고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핵심은 고교 입시제도와 체제 개편"이라면서 "자립형사립고와 국제중의 입시까지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다음달 10일 고교체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