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이동전화 제조업체 노키아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됐다. MS는 노키아의 단말기, 서비스 부문과 특허를 70억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인터넷전화업체 스카이프의 인수가격인 85억달러보다 낮은 금액이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출하량 기준)의 79.3%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가 차지했으며 애플의 iOS가 13.2%, MS의 윈도우폰이 3.7%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애플은 자사의 기기에만 배타적으로 iOS를 공급하는 폐쇄적인 전략을 취한 반면 구글과 MS는 모바일 OS를 모든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개방형 전략을 취해왔다. 애플처럼 강력한 하드웨어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았던 구글과 MS로써는 외부 제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고 MS가 노키아를 인수함에 따라 이제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3대 기업 모두가 독자적인 제조라인을 갖추게 됐다.
IT공룡들 앞다퉈 모바일생태계 구축
현재 윈도우폰의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인데다 이 가운데 81.6%를 노키아가 제조하고 있던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MS의 노키아 인수는 윈도우폰의 안정적인 제조업체 확보 이상의 큰 의미를 갖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구글과 MS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이 같은 행보가 애플리케이션(콘텐츠)-OS플랫폼 및 앱스토어(플랫폼)-단말기로 연결되는 강건한 자신만의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에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은 애플ㆍ구글과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갔으며 애플과 구글은 OS플랫폼과 앱 마켓을 통해 글로벌 모바일 생태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인수와 관계없이 구글과 MS는 자사의 모바일 OS를 협력 제조업체에 차별 없이 제공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으며 자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이들 기업이 플랫폼을 차별 제공할 유인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적인 우리나라로써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전략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생존 위해 독자적 SW파워 키워야
애플과 구글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움직임은 타이젠 OS, 파이어폭스 OS, 우분투포폰 등 새로운 모바일 OS들의 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TVㆍ자동차ㆍ시계ㆍ냉장고 등 우리 주위의 많은 기기들이 OS를 탑재하고 인터넷에 연결됨에 따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플랫폼 영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또한 심화될 것이다.
얼마 전 아마존이 스마트폰을 공짜로 약정 없이 제공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드웨어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자사의 콘텐츠ㆍ상품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드웨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기능만으로 하드웨어를 차별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용자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파워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MS의 노키아 인수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줄 것인지, 실패로 끝날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MS수장 스티브 발머가 얘기한 것처럼 이제 MS는 단말기와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MS의 노키아 인수는 우리에게 생태계 전쟁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