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금리 시대 경제 패러다임 바뀐다] 자금흐름 공식도 깨졌다

채권 수익률 떨어지는데도 안전자산 선호 심화<br>경기 불확실성 짙어지자 국고채금리 최저치에도<br>주식 대신 채권에 돈 몰려 소비·투자 위축 악순환


내수 위축, 수출 감소 등의 경기침체 양상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투자자금의 흐름에도 공식이 깨지고 있다. 보통 저금리 국면으로 진입하면 시중 유동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몰린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한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국고채금리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 채권 등의 투자 메리트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중의 자금이 증시 등 위험자산에 몰릴 것으로 예측되지만 최근의 흐름은 반대다. 수익률이 떨어지는데도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확연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자금이 단기 부동화되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돈이 자본시장에 흘러나와 이윤을 창출하고 순환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면서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져 자산을 섣불리 다른 투자처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시중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금리(3년)는 2.7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고채금리뿐 아니라 회사채ㆍ은행채ㆍ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까지 주요 시중금리들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고채금리는 기준금리(3%)보다도 훨씬 낮다. 시장은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런 기대치가 미리 반영돼 있는 셈이다.

국고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의 자금들은 좀처럼 안전자산 선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2,000억원(7월 말 기준)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4,000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특히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7월에는 1조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채권형 펀드로 순유입되기도 했다.


최근의 상황은 카드사태가 터졌던 2004년과의 흐름과도 다르다. 실제 2004년 말에도 초저금리 시기였는데 당시 3년물 국고채금리가 3.24%까지 떨어졌고 정기예금금리도 3%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당시에는 낮은 금리에 갈 곳을 찾지 못하던 시중 부동자금은 주식시장에 몰렸고 2004년 말 895포인트였던 코스피는 2007년 말 1,897포인트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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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도 짙어지자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도 뚜렷하다. 대표적인 단기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올해에만 19조5,279억원(7월 말 기준)이 들어왔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재정위기나 국내의 민간부채 등의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어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안전자산이나 단기금융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 안전한 금융상품에 몰릴수록 가계소비가 둔화하고 기업투자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자산 선호→자금의 단기 부동화→소비 위축→경기침체→위험자산 회피'의 악순환으로 번지면서 자금시장 전반의 흐름이 깨진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경제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수출 위축, 내수 감소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산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해 결국에는 '산업ㆍ금융' 부문이 동시에 악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도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면 어느 한곳은 반드시 깨지고 연쇄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면서 "정부나 통화 당국이 자금시장의 흐름을 주목하고 큰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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