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0월 15일] 회계투명성과 외부감사제

일반적으로 어느 한 국가의 회계신인도는 그 사회에서 제공되는 회계정보의 질, 회계와 감독제도 및 회계윤리의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우리나라의 국제적 회계신인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수행된 개혁이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ㆍ감사인ㆍ감독기관ㆍ학계 등 여러 유관 기관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특히 회계의 투명성은 기업에서 시작되고 그 수혜자 또한 기업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회계 및 감독제도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투명한 회계처리를 이루고자 하는 기업의 능력과 의지가 약하고 이에 필요한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 있지 못하면 회계신인도의 향상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주된 내용은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부담 경감 차원에서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기준을 종전의 ‘자산 총액 70억원 이상인 회사’에서 ‘자산 총액 100억원 이상인 회사’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외부감사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과 그동안의 물가상승이나 기업 규모의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상향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고 투명성 확보를 이유로 외부감사를 받을 필요성이 적은 소규모 중소기업을 외부감사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 노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계 투명성 확보를 통한 우리나라의 회계신인도의 제고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역행하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첫째, 외부감사제도는 규제가 아니다. 외부감사제도는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는 제도로 ‘우리나라 기업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오히려 더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특히 내부통제제도가 취약해 경영자의 불법이나 부당 행위를 방지하는 기능이 심히 부족한 실정이다. 둘째, 중소기업의 주된 회계정보 이용자는 금융기관 등 채권자ㆍ세무서ㆍ조달청 등 정부기관 및 거래처로 이들의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외부감사제도는 필요하다. 최근 한국회계학회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298조원 중 91%가 중소기업에 대한 것이며(지난 2006년 7월 기준)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은 유리한 대출조건이나 신용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분식회계나 이익을 조정할 가능성이 대기업의 경우보다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외부감사제도는 중소기업에 많은 효익을 제공한다. 우선 재무정보의 신뢰성이 확보되므로 자금 조달이 용이하며 금융비용이 절감된다. 또 1인의 연간 인건비에도 미치지 않는 감사보수를 부담하고서도 회계전문가로부터 경영 및 세무관련 자문 등을 추가로 제공 받을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외부감사를 부담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외부감사 대상을 일괄적으로 축소하게 되면 분명히 투명한 회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우리나라의 환경에 그 근거가 충분히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외부감사제도가 규제인가 아니면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인가의 여부는 결국 정보이용자의 입장에서 판단돼야 할 문제다. 일률적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는 외부감사제도를 면제한다’라는 식의 접근 방법보다는 과연 정보 이용자들은 어떠한 정보를 원하는가 또 어떻게 해야 정보 이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 하는 입장에서 제도가 결정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ㆍ영국 및 독일과 같이 외부감사 대상기준을 주주 수, 매출액, 또는 동종업계의 평균부채비율 등의 요소를 고려해 우리나라의 외부감사 대상기준의 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에 신중하게 개정을 하자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나 지원은 외부감사의 면제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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