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팀만 남은 브라질 월드컵 4강. 9일(브라질-독일)과 10일(네덜란드-아르헨티나) 오전5시 열릴 준결승은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황금 대진'으로 짜였다. 하지만 최고의 팀을 이끄는 4명의 감독들도 저마다의 고민 탓에 속이 타들어 간다. 이때 필요한 카드가 바로 구세주처럼 불시에 팀을 구하는 '윈 메이커(win maker)'. 네이마르의 낙마로 비상이 걸린 브라질은 윌리앙(26·첼시)이 희망이며 이에 맞서는 독일은 메주트 외칠(26·아스널)의 부활만을 고대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로빈 판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세르히오 아궤로(26·맨체스터 시티)의 한 방이 '믿는 구석'이다.
◇네이마르 없어도 윌리앙 있다=척추 부상을 당한 네이마르의 월드컵은 끝났지만 윌리앙의 월드컵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현지 언론들은 브라질이 4강에서 꺼내 들 히든카드로 윌리앙과 공격수 베르나르드(샤흐타르)를 꼽고 있다. 그중에서도 윌리앙은 이번 대회 3경기에서 모두 교체로만 투입돼 39분을 뛰었을 뿐이지만 매 경기 결정적이고 정확한(성공률 78%) 패스를 전달,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공격수 프레드(1골)와 조(0골)가 변변하지 못한 가운데 많이 뛰고 패스의 질도 뛰어난 윌리앙이 독일 골문을 열어젖힐 열쇠가 돼줄 것으로 브라질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가 러시아 안지 구단에 3,000만파운드(약 519억원)를 주고 영입한 윌리앙은 42경기(4골)를 뛰며 몸값을 해냈다. 그는 "네이마르 없이는 무척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그의 부재는 우리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브라질에는 여전히 좋은 선수들이 많다. 1년간 첼시에서 호흡을 맞춘 오스카르(미드필더)와 우승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마법사 외칠, 투명인간 굴욕 씻을까=독일 언론들은 4강 진출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외칠과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에게는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인비저블(투명인간) 듀오'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이름값에 비해 활약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든볼(MVP) 후보에도 올랐던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중 1명인 외칠은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느낌이다. 매 경기 선발 출전했지만 알제리전에서 주워 넣은 골 1개가 이번 대회 유일한 공격 포인트다. 이쯤 되자 1974년 개최국 서독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파울 브라이트너는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이 준결승 라인업에서 외칠을 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외칠도 할 말은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전공'인데 뢰브 감독은 외칠을 측면에 기용한다. 하지만 임무가 달라져도 제 몫을 해내는 게 진짜 스타의 자격. 뢰브 감독은 외부의 조언에도 외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외칠이 제 모습인 '마법사'로 돌아올 때다.
◇스페인전의 판페르시를 찾습니다=판페르시도 잘 안 보인다. 조별리그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16m 헤딩 골' 뒤 포효하던 판페르시는 온데간데없다. 스페인을 상대로 2골, 호주전에서 1골을 넣은 뒤로는 16강, 8강에서 뒷짐만 졌다. 멕시코와의 16강에서 1개에 그쳤던 슈팅이 코스타리카와의 8강에서 5개로 늘기는 했지만 '영양가'는 없었다. 네덜란드 공격진에서는 아르언 로번(바이에른 뮌헨) 1명만 보였다. 판페르시의 부진은 월드컵 전부터 말썽이던 무릎의 상태가 경기를 거듭하면서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우승까지 남은 계단은 2개. 로번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판페르시의 투혼 없이 네덜란드의 첫 우승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 시즌 주춤했다 하더라도 판페르시는 2011-2012·2012-2013시즌 EPL 득점왕 출신이다.
◇돌아온 아궤로, 외로운 메시를 구하라=7일 아르헨티나 캠프에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다. 나쁜 소식은 스위스와의 16강에서 결승 골을 터뜨린 앙헬 디마리아(레알 마드리드)가 허벅지 부상으로 준결승전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것. 좋은 소식은 같은 부상으로 16강과 8강전을 걸렀던 아궤로가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연봉으로 1,830만달러(약 184억원)를 받은 아궤로는 맨시티에서 3시즌 동안 75골을 터뜨린 EPL의 간판 골잡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는 공격 포인트가 없었지만 그런 만큼 이제 터질 때가 됐다. 아게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재활에 죽을 힘을 다했다. 아르헨티나여, 내가 간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