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종이원료인 펄프가격이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제지업계의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제지업계의 주 원자재인 펄프가격이 지난해 7~9월 톤당 510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 지난해 12월이후 45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펄프가격 상승세를 염두에 두고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짰던 제지업체들이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한솔제지(대표 선우영석)는 올해 평균 펄프조달가격을 톤당 500달러 이상으로 잡고 이에 맞게 경상이익 감소 등을 예상했으나 1, 2월 두달 동안 펄프가격이 안정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경상이익이 더 늘었다.
국내 최대 종합제지사인 한솔제지는 1~2월 1,526억원의 매출을 올려 176억원을 경상이익으로 남겼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매출액과 경상이익인 1,520억과 158억을 초과한 수치다. 한솔제지측은 이러한 추세라면 2003년에 당초 목표로 설정한 1,000억원 규모의 경상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국제 펄프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톤당 5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자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올들어 다시 480달러 선에서 하향 안정화를 보여 수익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무림제지(대표 이원수)도 펄프가격 안정세가 호재이기는 마찬가지다. 회사관계자는 “펄프가격이 안정세여서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다”며 “다만 펄프가격이 이 추세대로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펄프가격 하향안정세에 대해 크게 반기면서도 이런 우호적인 상황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란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타게 되면 수요증가로 당연히 펄프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지난해와 같은 내수 활황세를 기대하기 힘든 데다 이라크전 등 대외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제지업계는 긴장의 고삐를 여전히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