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세계경제와 대외정책 과제

김원호<대외경제정책硏·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올해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두 가지 요인은 고유가 상존 가능성과 미 달러화의 약세 추세로 둘 다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5%에 달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면서 달러화 가치하락을 야기했다. 미 경상적자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지난 85년 플라자합의 당시 일본처럼 환율공조에 선뜻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올해도 약 2.8% 수준의 재정적자를 안게 될 진퇴양난의 미국경제 정세는 결국 미 연방준비이사회(FRB)로 하여금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게끔 만들 것이며 이는 다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를 부르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유가는 지난해 말 하향세를 보였지만 중국의 과열경기가 여전한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비롯한 수출국들의 감산노력이 가시화되고 있고 주요 산유국들의 정변 또는 테러 발생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유가하향세가 장기화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성장세 위축과 국제금리 상승, 고유가는 또다시 유럽과 일본경기의 부진을 부를 것이다. 세계경제 여건의 악화는 올해 우리 경제에 몇 가지 과제를 던져준다. 첫째, 세계경제의 둔화와 원화가치의 상승은 수출 부진을 부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과 틈새시장 및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금융ㆍ재정ㆍ노동ㆍ세제 각 분야에서의 지원책을 마련해 기업의 애로 사항을 타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경상수지 악화는 교역 상대국에 대한 통상압력으로 전환돼 올해 통상마찰이 잦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리 상품의 수출신장세가 두드러진 중국ㆍ아세안 등 개발도상국으로부터도 수입규제가 급증한 점을 고려할 때 올해에는 미국 및 개도국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통상마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단기적 고유가 대응책보다는 대체연료 개발, 안정적인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에너지자원 보유국들과의 협력 강화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넷째,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개발도상권 지역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중국ㆍ홍콩ㆍ대만 등 중화경제권에 대한 우리의 수출 비중은 최근 31.0%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합친 규모(31.6%)에 육박하고 있다. 중화경제권에 대한 과다한 의존은 중국 경기변동에 따른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다섯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제6차 각료회의에서 중대한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농업, 서비스, 비농산물시장 접근, 규범 등 주요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국내 공감대 형성과 일선 협상 모두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여섯째,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ㆍ아세안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본격화할 시점에 와있다. 대내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따른 산업피해 구제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 해당산업의 구조조정을 늦추는 사례가 반복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곱째, 올 가을에는 우리나라가 제13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유치한다. APEC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는 APEC이 역내 무역ㆍ투자 자유화를 촉진하고 실질적인 경제협력체로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함으로써 아ㆍ태 경제통상외교의 새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결국 올해는 개방경제정책 과제들을 안고 어려워진 대외환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험난한 한해가 될 것이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도전에 적극 대응한다면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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