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자두(오얏) 나무 아래였을까. 갓끈을 고쳐 매려 올린 손이 하필 자두를 향해 있으니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노릇. 따가운 눈초리가 억울할 수도 있으나 애초 논란되고 오해 살 만한 일은 숙고해 행하는 게 좋은 법이다.
내년 열릴 서울연극제 대관을 둘러싼 한국문화예술위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의 엄정 심사를 보고 있노라면 익숙한 '그 속담'이 떠오른다. 최근 한팩은 '2015년 정기대관 공모'에서 내년 열릴 서울연극제의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관을 불허했다. 1977년 이후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관객을 만나온 국내 대표 연극 행사로선 30여 년 만에 처음 겪는 대관 탈락이다. 연극제가 심사위원 공개와 재심사, 한팩 센터장의 해임 요구에 나서며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사를 담당한 문화예술위와 한팩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연극제의 제출 자료가 부실했고, 유료 관객 비중도 낮다는 게 이유였다. 매년 비슷한 형식·내용으로 제출한 서류가 유독 이번에 문제 된 이유는 뭘까. 심사 측 주장은 이렇다. "그간의 관행이 어떻든 공공 재원으로 운영하는 무대에 올리는 작품들은 엄정하게 선정하겠다."
옳은 말인데 개운치만은 않다. 공연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에서 심사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데 반대할 이는 없다. 문제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 전 원칙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절차가 빠졌다는 점이다. 관행이란 것도 결국엔 받아주는 이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얼굴 바꿔 엄정한 기준을 들이대니 '30년간 거래해 온(?)' 상대방으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급기야 이번 탈락이 올해 연극제 기간 벌어진 세월호 관련 미신고 모금행사에 대한 '보복'이란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스스로를 자두나무 아래 세워 갓끈을 매우 세게 고쳐맨 꼴이다.
연극제 역사상 첫 대관 탈락인 데다 행사 6개월을 앞두고 무대가 사라지는 문제다. 연극제에게 아르코예술극장이 갖는 상징성과 의미를 아는 심사 기관 입장에서 이런 논란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을 터. 관행 아닌 원칙대로 하겠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방침에 유독 '매정하다'는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곱씹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