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유사, 수입선 변경ㆍ현물 확대 모색

이란제재 불똥 튈라… 국내 산업계 비상<br>정유사 수입선 바꾸면 추가비용 부담 불가피<br>전자·자동차업계도 수출길 막힐까 애태워

손경식(오른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동호기자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의 동참 요구가 점차 거세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최대 20%에 달하는 정유사는 물론 최근 중동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전자와 자동차 업체는 이번 사태가 자칫 교역 중단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유 업체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번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입에 차질을 빚을 경우 당장 원유 공급 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물량 중 이란산 원유는 전체의 8.32%인 726만배럴이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수입 중단'이라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수입선 변경과 현물시장 거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포함한 '비상 시나리오' 가동을 고심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원유 수입 물량의 20%(하루 7만배럴), SK에너지는 10%(하루 13만배럴)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가 수입선을 바꾸더라도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란산 원유는 다른 원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1월 말 기준 이란산 석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102.89달러로 아랍에미리트(108.6달러), 사우디아라비아(106.29달러), 쿠웨이트(104.71달러)산 석유보다 1.82∼5.71달러가량 싼 것으로 집계됐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대신 UAE나 쿠웨이트 원유로 수입선을 교체할 경우 단순 계산해도 연간 2,000억~3,000억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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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18일 이란산 중질유 수입이 전면 중단될 경우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가 연간 4,0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수입 대체비용에서 2,000억원, 정유 고도화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 1,000억원 이상, 정유시설 수선 손실 800억원 등 약 4,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예상된다"며 "추정이 곤란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과 이란산 중질유를 수입하는 현대오일뱅크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령 이란산 원유의 수입 물량 축소에 그치더라도 정유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으로 이란산 원유의 수입 금지가 확산되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도입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석유협회는 국제유가가 10%만 상승해도 국내 기름값은 리터당 100원이 오르고 20% 상승할 경우 인상폭은 리터당 170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 GS칼텍스와 S-OIL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전자와 자동차 등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는 업종 역시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에 각각 지점과 현지 에이전시를 두고 TV와 가전ㆍ휴대폰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은 양사가 이란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 기업은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역시 이번 사태가 미국과 중동에서의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이 국산 자동차의 최대 시장인 만큼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현지 판매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앞으로 이란에서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중동 전체에서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해 1~11월 북미에 수출한 차는 69만8,820대, 중동 수출 물량은 56만1,332대였다. 특히 이란에 투싼ㆍ쏘나타 등을 수출해온 현대ㆍ기아차는 이란 수출시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력을 행사해온 미국 내 시민단체 때문에 최근 수년간 애를 태워왔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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