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5일 밝힌 경제문제 해결방안은 단기적으로는 무리한 부양책 대신 내수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재정 ▦금리 ▦조세 등의 ‘트로이카 정책’을 조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강력한 성장정책’을 통해 분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노 대통령은 우선 현 경제상황과 관련,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1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소비부진과 서민ㆍ중소기업ㆍ비정규직 등의 어려움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들 문제는 지난 2001년 카드와 부동산 부문에서 무리한 부양책의 후유증 때문이란 점을 재삼 확인했다. 때문에 해열제나 혈압강하제 등의 경기부양책을 함부로 쓰지 않을 것이며 부양방안은 서민경제, 서민소비, 서민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등 내수 살리기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해 경기조절 능력을 키울 방침이다. 이와 관련, 특별소비세 폐지 등 조세정책도 궁극적으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근로자의 47%가 면세자인 만큼 감세정책이 현실적으로 서민들에게 직효를 발휘할 수 없지만 ‘감세→차상위 계층 소비 분위기 마련→내수진작→자영업자 부양→경기부양→서민경기 활성화’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특히 일하는 사람 100명 중 35명이 자영업자라며 이들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중장기적으로는 분배보다는 성장 쪽에 저울추가 기우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노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는 선순환의 관계로 가야 한다”면서도 “성장정책은 분배를 아울러 포함하는 것”이라며 사실상의 성장우선론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강력한 성장정책을 쓰고 있다”며 “그 효과는 참여정부 말년 또는 다음 정부 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혁신 ▦인재양성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개방정책이라는 4대 도구도 제시했다.
그는 “아무리 세금을 많이 거둬 많이 나눠주려 해도 한계가 있고 성장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서민들의 인력이 고급화하고 직업능력이 높아지면 분배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실용주의 노선을 걷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의지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묻어났다. “집값은 현 수준에서 안정시키겠다”며 투기억제와 함께 급속 하락으로 인한 버블 붕괴도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경기를 살리더라도 시장의 기본원칙은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경제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불안하고 불편한 것이지,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없어서도 아니고 반기업 정서 때문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가 안되는 것은 아니며 폐지에 반대한다는 뜻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기업 노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시 한번 드러내면서도 우리 노동자들이 ‘너무 강경하고 전투적’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혔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살려주되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의 등을 토닥여주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를 드러낸 셈이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고위 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정책 믹스를 언급하는 등 사실상의 부양책을 쓰고 있는 것이며 정책 인식도 상당히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언급해 기업들의 불안감이 다시 가중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