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참정권 취지는 좋지만 교포사회 분열 등 우려

재외국민 선거 9개월 남았는데…<br>40년만에 부활 앞두고 국내 유권자와 형평성… 공정한 투표 어려움 등 예상<br>여야 "해외 표심 잡아라" 벌써부터 과열 조짐도


지난 5월6일 낮 그리스 아테네의 한 식당. 대통령 특사로 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그리스 동포단이 마주앉았다. 이 자리에서 한 동포는 "이번(19대) 총선에서 교민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수를 배석해달라"고 부탁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박 전 대표는 "한국 정치권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 교포 여러분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차기 대선주자지만 좀처럼 현안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 박 전 대표에게도 재외국민 참정권은 중요한 관심사임을 내비친 것이다.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재외국민 선거를 처음 도입했다 폐지한 게 부친인 박정희 정권 때 일인데 박 전 대표는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까. 내년 4월11일 전세계에 거주하는 229만5,000여명(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정)의 한국인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재외국민이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하지 않아도 기본권리인 참정권을 가진다는 헌법재판소의 2007년 판결 이후 18대 국회에서 재외국민 선거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세계 200여 국가에서 재외국민 선거를 도입하는 등 재외국민의 참정권은 점차 인정하는 추세다. 현실에서는 국내 유권자와의 형평성, 현지 교민들의 정체성, 공정한 투표의 어려움 등 문제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표심 잡기에 돌입했다. ◇재외동포 참정권 취지는 좋지만=국민으로서 기본권을 보호하고 해외 동포와 대한민국의 결속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재외동포 참정권의 취지다. 이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면서 8일 실시한 2차 재외국민 모의선거는 70.4%의 참여율을 보여 1차 때의 두 배 가까이 참여율이 올랐다. 그러나 당리당략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과열되면서 교민사회와 대한민국 양쪽에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선 등장하는 문제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선거에서 재외국민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인정한 헌재도 이 경우는 보통선거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국내와 상반된 이해관계를 지니거나 상대적으로 국내 상황을 모르는 재외동포의 투표가 전체 국민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해외거주 3~6년 이하 국민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모든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선거제도재단(IFES)은 보고서에서 재외국민 선거제도를 운영할 때 선거 결과가 해외 거주자의 표결로 결정된다고 국내 거주자들이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제도를 도입할 때는 당리당략보다 국민적 합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반대로 교민사회의 걱정도 크다. 이민을 선택한 재외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현지에 뿌리내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교민사회 내부에서 정파별로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영토가 넓은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직접투표가 어려우므로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 조총련계 등 이중국적자의 투표도 예상된다. ◇여야 해외 표심 구애=여야 정당들은 해외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가 대표 변호사로 재외국민 참정권 헌법 소송에 참여한 후 지금까지 동포사회와 소통해왔다. 또한 당 재외동포위원장인 조진형 의원은 15일부터 열흘간 뉴욕 등 미국 5개 도시를 방문해 도시별로 자문위원 결성식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13일부터 이틀간 중국 선양을 방문해 한인 2만여명이 모인 현지 시정부 주최행사에 참석했다. 민주당도 김진표 원내대표가 8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교포사회 모임 창립대회에 참석했다. 각종 공약도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해외동포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직접 투표소를 방문해야 하는 현 제도를 고쳐 우편과 인터넷으로 투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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