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을 앞두고 은행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선상업은행 시절인 지난 1915년부터 올해까지 100년째 서울시금고를 맡아온 우리은행에 신한·KB국민·하나·NH농협은행 등이 강력하게 도전하는 양상이다.
특히 은행들이 서울시에 내놓는 사회협력비 출연금 규모 등이 경쟁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다음달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제안서가 접수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26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를 따내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은 4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데 4월 최종 선정되는 은행은 오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시 예산은 물론 기금, 유휴자금 관리 등을 총괄하게 된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역시 우리은행이다.
이미 100년간 서울시와 거래한 덕택에 전산시설 등 관련 인프라와 노하우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초 이번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부터 복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계에서 흘러나왔지만 최근 서울시가 단수 선정으로 결정한 것도 우리은행의 수성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보이면서도 일전을 벼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산시를 비롯해 지방정부들이 최근 금고 은행을 복수로 지정하는 추세라 기대했지만 서울시의 선택은 달랐다"며 "복수로 선정되면 일반회계보다 자금 규모가 작은 특별회계 운용 부문을 노릴 생각이었는데 계획 자체가 어그러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우리은행이 여러모로 유리하지만 서울시금고의 상징성이 큰 만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을 수정해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은행들이 제시하게 되는 서울시 사회협력비출연금 규모, 금리 우대를 비롯한 서울시 직원 대상 협력사업 등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의 경우도 우리은행이 사회협력비로 1,500억원 이상을 써낸 것이 시금고 은행을 따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올해는 2,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마저 제기되고 있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으로서는 서울시금고를 놓칠 수 없는 입장이고 실패할시 기존에 투입된 지점이나 설비 등의 철수도 불가피하다.
신한·국민·하나·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우리은행 매각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베팅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안서를 내기 직전에야 모든 계획이 확정될 것"이라며 "서울시 직원을 위한 파격적인 금리 혜택, 출연금 규모 등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커 은행 간에 출혈경쟁이 빚어질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