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라질·싱가포르등 신흥국들 "우리도"… 換市개입 도미노 오나

[日, 환시장 단독개입 우폭풍]<BR>日 최대 40兆엔 추가매입 예상 속 美·EU "그간 노력 물거품" 맹비난<br>日국채 대량매입 中은 속으로 쾌재<br>美·中·日 '3각 환율갈등' 우려… 자칫 글로벌 무역분쟁 부를 소지도


일본이 지난 15일 도쿄ㆍ뉴욕ㆍ런던 등 주요 외환시장에 2조엔 가까이 쏟아부으며 엔고를 일단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동안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강세로 애를 먹고 있던 브라질과 싱가포르ㆍ태국ㆍ스위스 등이 덩달아 환율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환율시장 개입이 각국의 독자 움직임을 자극해 공조를 통해 글로벌 경제회복을 추구해온 선진국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국가 간 환율ㆍ무역 갈등까지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른바 총성 없는 환율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일본의 환율시장 개입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위안화 절상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여서 미ㆍ일ㆍ중 간의 삼각 환율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압박해온 미국은 일본의 '돌출행동'에 당혹해 하며 위안화 절상 압력을 희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어 미국이 앞으로 일본의 환율시장 개입에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되고 있다. ◇日 환시개입 후 각국 독자 행동 우려=일본 정부의 엔고 방어책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15일 하루 동안 글로벌 외환시장에 2조엔(235억 달러)을 투입해 엔화가치를 개입 전 달러당 82엔에서 16일 85엔선으로 묶었다. 일본은 앞으로도 최대 40조엔(4,700억달러)까지 추가 개입할 수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외환시장 규모가 하루 평균 거래량만 4조달러에 달해 독자 개입에 따른 엔고 저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주된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 자국 통화 강세로 힘들어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 일본의 행동에 자극 받아 연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ㆍ브라질 등 신흥경제국과 비유로존 유럽 국가인 스위스 등이 개입 1순위 국가로 꼽힌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달러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1.33싱가포르달러까지 오른다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며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약세 흐름을 바꿀 수 는 없어도 통화 흐름을 통제하에 두길 원한다"고 말했다. 타리사 와타나가세 태국중앙은행 총재 역시 "달러화 대비 밧화 상승 상황에서 외환시장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도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율 방어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 장관은 "다른 국가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브라질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는 6월에 이어 다시 한번 환시 개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스위스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ㆍ일ㆍ중 삼각 환율 갈등=미국과 EU는 일본의 독자 행동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일본의 개입에 대해 공식 코멘트를 자제했지만 의회에서는 일본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팀 머피 공화당 하원의원은 "일본이 중국도 개입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며 "모든 국가가 자국만을 위하는 관점을 갖게 된다면 이건 문제다"고 비판했다. 샌더 레빈 하원 세입세출위원장도 "매우 곤혹스럽다. (일본 개입으로) 일이 꼬일 수 있다"며 중국 위안화 절상 압박 노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미 정치권의 이 같은 반응은 일본의 엔고 방어로 엔화가치가 하락하고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위안화도 덩달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일본이 국제적 공조를 거치지 않고 독자 환율방어 전선을 폄으로써 미국과 일본ㆍ중국 등 3개국의 삼각 환율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는 데 비해 EU는 노골적으로 일본 독자 개입을 강한 톤으로 비판하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단독 조치는 글로벌 불균형을 다루는 데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유럽의 불쾌함을 대변했고, 마빈 킹 영란은행 총재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 공조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이 일본의 개별 움직임으로 곤란에 빠진 반면 일본 국채를 대량 매입해 엔고를 자극했던 중국은 이번 개입을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위안화 절상 압력을 피할 수 있는 구실을 일본이 제공해줬기 때문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문제는 미국 재무부가 일본의 단독 개입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여부다. 미국은 전통적인 미ㆍ일 동맹을 중요시하는 간 총리를 지원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하다간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머뭇거릴 수 있어 유럽과 달리 입장 표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달러를 풀고 엔화를 사들인다면 일본의 단독 개입은 곧바로 수포로 돌아가고 되레 엔고 행진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이 '엔저-달러강'을 용인하지는 않겠지만 일본의 단독 개입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돌발 행동을 어느 정도 눈 감아 주지 않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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