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광장을 공원으로 탈바꿈 시키기위한 공사가 이달초에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원 건설을 반대하고 현상태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반대의 이유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점, 광장주변 2만여평만 녹지를 보충하면 충분하다는 점, 청소년들의 휴식공간으로 광장이 중요하다는 점, 여론수렴과정에서 공청회를 한번도 거치지 않았던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당국은 환경친화적인 도시건설을 위해 필수적이며 공청회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압도적 찬성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공사를 강행할 움직임이다 여기에 서울과같은 초과밀 도시에 하늘과 땅이 맞닿은 너른 공간을 한군데쯤 놔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편집자주>◎찬성/세계에 내놓을 공원이 없다/대규모 휴식공간확보가 「환경도시」 향한 첫걸음/유금종 서울시 공원녹지기획관
지난 수십년동안 지속되어 온 서울시의 개발위주 도시정책은 시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녹지공간마저 잠식시켜 버리고 말았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서울을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바꾸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서울시의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은 동경의 2분의 1, 뉴욕의 5분의 1, 그리고 런던의 8분의 1에 불과한 실정으로 지난해 8월 서울시는 ▲도심내 녹지량의 확충 ▲질적수준의 향상 ▲녹화사업에의 시민참여 확대를 3대 기본목표로 2000년까지 시민과 함께 추진할 공원녹지확충 5개년계획을 수립했다.
여의도 공원화 사업은 일시적으로 거대한 행사를 치르는 광장보다는 시민들이 항상 휴식할 수 있는 공원녹지가 더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여의도광장에서 치러왔던 국군의 날 행사는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정치집회는 TV로, 종교행사는 실내집회로 이용형태가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서방 여러나라의 광장은 대부분 그 규모는 작더라도 도시의 곳곳에 긴요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대규모 광장인 경우 주변에 풍부한 녹지를 기본으로 하여 많은 시민들이 어울려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등 사랑받는 시민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례로 위싱턴에 있는 84만여평 규모의 위싱턴 몰(Washington Mall), 105만여평 규모인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 파리의 기존도시와 신도시인 라데빵스를 연결하는 제3도시축 등은 도시 녹지축으로서의 기능과 시민의 문화 및 휴게기능을 겸비하고 있다.
아스팔트광장 보다는 숲과 잔디, 물이 어우러진 공원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더 기여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8월초 서울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식 조사결과, 70.5%가 주변의 공원녹지가 충분하지 못함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0월 시민제안공모를 실시한 결과 88%의 시민들이 공원화사업에 찬성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상공모 심사위원회의 추천작품에 대해서도 도시공원위원회, 녹색서울시민위원회등의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공원화사업의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이와같이 다양한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공원화사업의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우리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1만3천여평의 한국전통의 숲, 7천여평의 자연생태의 숲, 1만3천여평의 푸른 잔디가 깔린 구릉지 숲 뿐만아니라 1만여평 규모의 문화행사와 축제를 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마련하게 되어 광장의 기능은 총 2만3천여평에 이르도록 설계된다.
공원으로 조성하게 되면 청소년들이 즐기던 자전거 타기 등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여름뿐만 아니라 땡볕 아래서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는 폭 4∼6m, 연장 2.4㎞의 숲 속 자전거길을 만들어서 이곳에서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하고 한강시민공원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를 통해 잠실, 광나루까지도 갈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여의도광장을 서울의 기념비적인 상징공원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의 서울을 건강하고 쾌적한 21세기 환경도시로 만드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약력
▲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장
▲서울시 녹지과장
▲서울시 공원과장
▲서울시 공원녹지기획관(현재)
◎반대/어려운때 전시행정이라니…/시민 대규모집회장·놀이공간으로 제역할 톡톡/조성돈 자민련 정책국장
지금 온 국민들은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정부도 예산을 절감하여 경제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터에 불요불급한 사업에 서울시가 3백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지 의문이다.
공윈이 필요하다면 광장은 그대로 존치하고 현재 광장주변에 있는 2만평의 녹지공간을 좀더 확충하고 기존 공원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서울시의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여의도광장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휴식과 놀이공간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 인근의 한강변 녹지공원과 연계되어 녹지와 아스팔트 광장이 함께 어우러진 균형잡힌 여유공간이다.
서울시의 여의도광장 공원화계획은 이러한 측면을 간과한 즉흥적인 시책으로 현재 5조원이라는 재정부실을 안고 있는 서울시로서는 무리한 사업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서울시의 「공원녹지확충 5개년계획」은 그 나름대로 녹지확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녹지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사업의 효율성과 투자측면에서 우선 순위가 잘못 매겨진 전시행정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의도광장의 공원화계획은 이미 94년 12월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당시 최병렬시장을 비롯한 전문가 및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재정비 및 여의도광장 시민공원화 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 토론자 및 방청객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전면 백지화된 적이 있다.
그뒤 2년여만에 그것도 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선시장의 손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할 뿐이다.
기공식에 앞서 시민의 의견과 도시구조와 기능상의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공원개발의 논리로 공원면적의 불균형을 말하고 있으나, 여의도 주변에는 이미 서울시민들의 여가선용의 장인 강변녹지공원이 잘 개발돼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광장과 강변공원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치 않아 연계도로 및 지하통로 개설 등을 보완한다면 굳이 광장을 공원화하지 않아도 현상태로 훌륭한 공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상태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공원녹지확충 5개년계획」을 수립하기전에 이미 「교통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여의도광장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평면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수립하였음에도 갑자기 이를 뒤바꾼 처사도 납득키 어렵다.
또한 일각에서는 여의도광장을 전체주의적인 산물로 치부하고 있으나 우리에게 여의도광장은 외국의 녹지공원에서 찾을 수 없는 기능을 갖는 장소이다.
80년대이후 우리사회 각계의 많은 요구와 주장이 여의도광장에서 이루어졌다.
그동안 수많은 집회가 도심과 학내에서 이루어져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도심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여의도광장의 공원화는 이러한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통한 국민적 카타르시스의 장을 빼앗아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푸른 숲, 물이 흐르는 녹지조성도 중요하나 정책의 일관성, 사업의 시의성, 투자의 우선순위 등 사업의 효율성을 다시한번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
□약력
▲신민주공화당 재무전문위원
▲민주자유당 조직부장
▲자민련 정책국장·국회정책연 구위원(현재)
◎제3의 시각/초과밀도시 확트인 공간 절실… 투자비로 새녹지 조성을/임종건 사회부장
11만4천평의 여의도개발사업은 3공시절인 67년 착공돼 71년 9월29일 완공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여의도 중앙에 광장을 만들고 「5·16광장」이라 명명했다. 이 광장에서 벌어진 첫 행사가 그해 국군의날 군사퍼레이드였다.
그후로도 매년 국군의날 행사는 여기서 열리고 있다. 이는 여의도광장 설계자들이 평양의 「김일성광장」이나 중국의 「천안문광장」 러시아의 「붉은광장」처럼 집단적 국민교육장으로 이용할 의도가 있었음을 엿보게하는 대목이다.
「5·16광장」이 「여의도광장」으로 바뀐 것은 10.26이후.
요즘의 여의도 광장은 둔치와 더불어 주로 각종 종교행사, 문화행사,군중집회장소 등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휴일이면 자전거놀이터 롤러스케이트장 조깅장 등 여가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사문화의 공간에서 이미 시민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광장에 나무를 심고 인공호수를 파는 등 오밀조밀하게 꾸미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인구 1천만의 초과밀 도시에서 보기만해도 시원한 탁트인 공간을 한군데쯤 있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의 중앙정부나 서울시의 행정력으로 여의도광장만한 넓이의 빈 공간을 다시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물며 3백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공원화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 돈은 차라리 새 녹지를 개발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만 하더라도 공원 한가운데에 수십만명이 들어설수 있는 빈 잔디밭이 있다.
서울시가 계획추진에 앞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는 하지만 시민의견을 보다 광범하게 청취하는 공청회 한번 갖지않은 것은 절차상의 잘못이라고 본다.
여의도개발사업의 주역중의 한사람인 고 김현옥서울시장은 여의도 공원화계획에대해 생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행정은 시대의 수요에 따라야 하겠지만 역사를 보존해 나가는 것도 행정의 주요 기능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