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5일] 15년 숙원, 농협개혁

고랭지 배추의 생산량 감소로 온 나라가 이른바 '배추파동'을 겪었다. 그 원인은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량 급감과 농산물 유통구조의 비효율, 독특한 배추 생산 및 소비패턴 등이다. 농산물 유통을 오래 연구한 많은 전문가들은 "농협이 배추파동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주지 못하고 시장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이 오늘날 농협의 문제를 잘 나타내준다는 것이다. 시대변화 맞게 신·경사업 분리를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농산물 유통과 판매 사업을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할 농협이 가격변동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산지 수집상에 맡겨 둔 결과 이런 파동이 나왔다고 분석된다. 농협의 역할이 변해야 하고 조직과 사업구조가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져야 농산물 유통도 개선되고 우리 농업도 한 단계 더 발전한다. 세계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식량자급을 한 우리 농업이다. 농산물 생산, 가공, 소비, 수출입, 농업금융 등 우리 농업발전에 농협은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농산물 시장개방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산지 생산과 유통여건,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급격히 변하면서 지금까지 농협이 수행해온 역할이나 조직 및 사업구조가 변해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다양한 사업을 백화점식으로 수행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각종 사업수행상의 비효율, 농협중앙회장의 비리로 농협은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농협에 대한 비판은 농업인이나 농업 관련단체, 일선 조합은 물론 많은 국민들로부터 제기된다.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으며 이번 배추파동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농협의 역할 변화와 개혁 요구는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가 핵심이다.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를 신ㆍ경 분리를 중심으로 개편하여 농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제 기능을 해야 한다. 농협개혁에 대한 각계의 열망을 모아 지난해 12월 정부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농협개편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논의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농협이 제 기능을 하면 경제사업 활성화 기반이 조성되고 도매·물류, 판매기능이 강화된다. 자연히 생산자의 시장 교섭력이 높아져 농가가 제값을 받고 농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 농협이 농축산물 유통의 중심적 역할을 함으로써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썬키스트와 제스프리는 세계적인 수출업체이면서 농업협동조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우리도 세계시장과 경쟁하고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농협을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중앙회라는 한 조직에서 실시해 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금융여건도 나날이 변하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시장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별도 조직체로 분리하면 전문성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이는 농협의 수익증대로 이어지고 증대된 수익은 농업인 지원에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전문성이 강화되고 조직운영의 투명성이 제고되면 농협조직은 선진화된다. 공공부문 선진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국민이 바라는 투명사회와도 부합한다. 농협번 연내 반드시 개정해야 정부가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단체ㆍ농협ㆍ학자들 간에 다소 입장차이가 있다. 각자 주장이 부분적으로 타당한 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의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단계적이고 실천 가능하게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면 우선 연내에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연내에 농협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지난 15년 동안 농업계의 숙원 과제인 농협개혁이 또 다시 무산될 수도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돌아오고 농협중앙회의 조직도 불안정하게 돼 농업계 전반에 손실이 클 것이다. 연내 법 통과가 되더라도 실행계획을 준비하는 데 빠듯한 상황이다. 농협법 개정을 위해 정부는 물론 농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본연의 모습을 찾는다면 농업 선진화를 앞당기고 향후 한국 농업의 미래도 한층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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