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신경을 긁다

제2보(13~25)


한중 바둑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필자도 바둑행사의 참관을 위해 중국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뤄시허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대개의 경우에 그는 허름한 트레이닝 차림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리셉션이나 만찬에 나오곤 했다. 뤄시허 본인은 물론이고 여러 중국기사들이 그런 차림을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였다. 어려서부터 자유분방하게 지내온 그의 이력과 성격을 십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이 주최하는 대형 기전이 생기면서 뤄시허의 한국 출입도 잦아졌는데 단 한 차례도 크게 각광을 받은 일은 없었다. 아이큐 1백60이라는 독특한 기록의 소유자 치고는 이상할 정도였다. 모처럼 제9회 삼성화재배에서 사이버오로의 중계 대상이 된 것은 2004년 9월 3일. 뤄시허는 이미 9단이 되어 있었고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대국 상대는 8년 연하의 최철한이었다. 뤄시허의 백번. 백14로 내려선 것은 이런 형태의 급소. 무심코 참고도의 백1에 막으면 흑은 즉시 2에 젖혀 잇게 되어 백의 진용이 구겨진다. 실속은 실속대로 빼앗기고 외세도 별로 웅장해지지 않는 것이다. 백22는 예정 코스. 여기서 33으로 훌쩍 날아오른 수가 멋졌다. 뤄시허는 일단 24로 참아두었는데 최철한은 재차 25로 압박하고 나섰다. “철한이가 상대의 신경을 긁는군요.” 사이버오로 해설실의 김만수5단이 하는 말. 흑25로 가나 나면 보통이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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