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지만 재정위기국의 경쟁력은 지난 2008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최저임금 삭감, 공공 부문 감축 등 혹독한 개혁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독일 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피그스(PIIGS, 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의 경상수지 적자폭은 2008년에 비해 크게 개선되며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임금경쟁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 간 경상수지 불균형과 임금경쟁력 차이는 유로존 위기의 근본원인으로 이 수치가 개선되는 것은 위기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1999년 PIIGS는 유로화를 도입하는 와중에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통화가 고평가되면서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또 임금경쟁력이 떨어져 경제회복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무역수지는 과거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 적자폭도 2008년 677억달러에서 올해 450억달러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가 개선되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의 경우 수출이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된 데 힘입어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2008년 512억달러에서 올해 200억달러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의 경상수지 적자도 2008년 1,540억달러에서 올해는 291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포르투갈도 적자규모도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일랜드는 올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PIIGS의 고질적 약점이었던 임금경쟁력이 점차 높아지며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저임금을 삭감하고 공무원 수를 줄이고 있는 그리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그리스 정부가 최저임금을 22% 삭감한 여파로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2010년에 비해 15%나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강력한 수출경쟁력을 갖춘 독일 등 우량국과도 맞설 힘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올해 0.2% 줄겠지만 내년에는 0.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심지어 유럽이 내년에는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전문가들도 잇달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 브레멘주립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포커 헬메이어는 "유로존이 구조적인 숙제를 이미 거의 해결했다"고 밝혔다. 유니크레디트의 안드레아스 리스 이코노미스트도 "유로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에서는 남유럽 국가의 기업들이 은행대출을 받기가 어려워 경제활동을 확장하지 못하는 것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유로존 내 은행이 역내기업에 대출해준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43%나 쪼그라들었다. 자국은행에서 퇴짜 맞은 남유럽 기업은 대부분 미국이나 남아메리카 은행에서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박진호 한국은행 차장은 "PIIGS의 경상수지 개선은 수출증가보다 내수위축으로 수입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개혁으로 임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PIIGS의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는 시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